경찰청이 ‘비공개 행정규칙’ 27건을 법제처에 통보하지 않은 채 자의적 기준에 따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공개 내부규정은 국가기관의 법제 업무로 행정상 관리대상이고, 이를 법제처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현행 대통령령 위반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의정부시갑)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기관은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발령한 비공개 행정 규칙들을 법제처에 통보해야 하지만, 경찰청은 제명과 비공개 사유를 법제처에 통보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업무운영규정' 제24조의3(훈령·예규 등의 적법성 확보 및 등재 등)에서는 각급 행정기관의 훈령·예규·고시는 그 내용이 적법하고 현실에 적합하게 발령·유지·관리되어야 한다.

다만 제2항에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해 법제 정보시스템에 등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발령 후 10일 이내에 법제처장에게 해당 훈령·예규 등의 제명과 비공개 사유를 통보하되, 법제처장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훈령·예규 등을 문서로 보내야 한다.

공개될 경우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생명과 신체나 재산 보호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은 ‘비공개’로 관리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법제처에 그 제명과 비공개 사유는 통보해 관리받아야 한다.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부처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인사혁신처 등은 이러한 비공개 행정 규칙들을 법제처로 모두 통보했다. 비공개 사유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2호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확인됐다. 현재 정부 부처 전체의 비공개 내부규정은 약 280개로 알려져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법제업무운영규정 상 중앙행정기관의 장에 해당하지 않아 담당 훈령 등을 법제 정보시스템에 등재하지 않고 있지만, 국회 요구 및 정보공개 청구 등 요청이 있을 시 개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경찰 측은 현재 운영 중인 비공개 행정규칙의 경우 그 ‘제명’조차 기밀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제명이 공개될 경우 내용을 유출할 수 있어 기밀에 해당한다는 해명이다.

한편 지난달 28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에서도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과다하게 운영하는 비공개 내부규정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따르면 법무부가 비공개로 운영하던 ‘난민 인정업무처리지침’의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공개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검찰청 예규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소집 여부 등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접 관련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공개되어 있어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법제업무운영규정 일부 개정령(안) 재입법 예고’하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비공개 훈령·예규 등의 적법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안업무규정'에 따른 비밀을 제외한 비공개 훈령·예규 등도 원칙적으로 발령 후 10일 이내에 법제 정보시스템에 등재하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목적이다.

오 의원은 “경찰이 비공개 행정 규칙들의 ‘이름’마저도 기밀이라며 국가기관 어디에도 통보가 되지 않는 내부 안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법무부의 비공개 행정규칙 사례에서도 확인했듯, 기밀이라고 주장했던 일부 행정 규칙들은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부분들인 만큼 경찰 스스로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비공개 행정 규칙들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