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가 정부의 차량 홀짝제를 피하려 사실상 부시장 전용차량을 새로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부가 유가급등에 따른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지난 7월 공공기관에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자 의정부시는 8월 3천470만원짜리 렉스턴을 구입하고 번호를 짝수(5032)로 달았다.

그러나 시는 이 렉스턴을 재난대비 비상용 차량 목적으로 구입하고도 홀수인 부시장 전용차 그랜져(1005)와 번갈아가며 홀짝제를 피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홀수날은 홀수차 운행, 짝수날은 짝수차 운행을 지시한 상태다.

의정부시 한 공무원은 “렉스턴은 사실상 김정한 부시장 전용차로, 정부의 홀짝제 정책을 피해 편법으로 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직원들은 매월 1, 3주 금요일에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게 의정부시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민 박모(여·34·의정부2동)씨는 “시민들에게는 차량 5부제를 권유하면서 정작 의정부시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게 말이 되냐”며 “시장과 부시장은 택시나 버스를 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현상이 심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짝수날인 12월16일 홀짝제에 걸려 운행을 하지 못하는 김문원 시장 전용차(왼쪽)와 김정한 부시장 전용차(오른쪽)가 차고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의정부시는 김문원 시장을 위해서는 관용차 체어맨(1001)이 운행을 못하는 짝수날에는 또다른 전용차인 렉스턴(2158)을 움직이고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5년 10월11일 의전용 차량으로 그랜져를 구입했으나, 이 차를 부시장 전용차로 둔갑시키고 김 시장이 타고 다니던 2001년식 그랜져를 해외 귀빈 등이 타고 다니는 의전용 차량으로 돌린 바 있다.

이와 관련 회계과 관계자는 “지난 8월 구입한 렉스턴은 원래 계획에 있었던 것이지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홀짝제는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정책으로, 어느 관공서나 상황이 똑같다”며 “그렇다고 시장이나 부시장이 대중교통을 타고 업무를 보기는 비효율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양주시와 동두천시의 경우 시장과 부시장은 홀짝일에 맞춰 전용차와 기존에 구입해놓은 직원 업무용 차량인 친환경 하이브리드 베르나를 타고 다닌다.

한편, 의정부시는 공공부문 에너지절약 시책 추진으로 2008년 에너지절약 평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경기도가 주관한 2008년 상반기 에너지절약 실태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