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를 살려 달라.” “의정부에 남고 싶다.” “후배들을 어떻게 할 거냐.”
의정부 관내 중학생들의 외침이다.

더 이상 내 언니오빠, 친구들이 잘못된 입시제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중학생들이 추운 겨울 거리로 나왔다.

15일과 16일 저녁, 의정부역 동부광장에는 300여명의 중학생들이 모여 ‘2006년 고입관련 의정부학생들의 구제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고 교육청과 관계기관의 대책을 요구했다.

의정부 연합 중학교학생회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는 이번 고입에서 떨어진 학생뿐 아니라 중2, 중3학생들이 참석해 한 목소리로 “330여명의 고입 탈락자에 대한 대책과 함께 평준화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3학생이 작년에 비해 100명 증가했지만 오히려 모집인원을 100명 감소시켜 의정부 관내 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 330여명이 외곽지역으로 내쫓기게 됐다”며 “교육청과 시의 수수방관으로 그 희생을 고스란히 우리들이 감당했다”고 항의했다.

또 고교입시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고교평준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경민고등학교를 지원한 의정부여중 이모 학생은 “합격발표가 난후 학교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라며 “고등학교에 떨어진 친구들이 ‘학교 안 나오면 죽은 줄 알아라’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도 “떨어진 학생 중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도 있다”며 “앞으로 그 먼 거리로 통학은 어떻게 하냐”고 의정부교육청 관계자에게 항의의 말을 전했다.

발곡중 이모 학생도 “이번 고입에서 떨어진 330명은 공부를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열악한 교육환경의 희생양이다”면서 “눈치를 잘 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의정부 교육환경의 열악함”을 지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현고에 떨어진 신모 학생은 “차라리 더 잘됐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의정부시에 산다는 것이 수치”라며 “부모님과 서울로 전학가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모 학생과 함께 송현고에 떨어진 학생은 “서울로 전학을 가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교육관료 ‘감시자’ 맡아

 “우리를 걱정해서 나왔다고요? 그럼 학생이 추위에 쓰러졌는데 왜 아무도 안 나와 보는 거죠? 저기 따뜻한 곳에서 우리를 감시하는 거 참 쉽죠.”

촛불집회가 진행되기 1시간 전. 한 중학교의 교감, 주임교사 등이 학생들의 출입을 막고 귀가시킨다.

촛불집회 참여 학생들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런 거 왜 하냐’며 전단지를 빼앗고 있다”며 “아마도 교육청에서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촛불집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모중학교 교감·교장이 집회 참석 명단을 확보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취재진에게 전해왔다.

의정부여중 이모 학생은 “교육청 사람들이 대안은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기껏 한다는 일이 우리들 감시하고 말리는 것 밖에 없냐”며 “기가막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학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한 학생도 “담임 선생님들은 시위를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고 말했다. 근데 교장, 교감 선생님은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 진다는 이유로 촛불집회 참여를 막았다”며 “원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학교 걱정뿐 학생 걱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경도 안 쓴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정말 우리를 걱정한다면 따뜻한 지하상가에 있지 말고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추위에 의정부여중 학생이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지하상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감시자’들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