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전문대졸·독학 부각도 문제
검찰의 미네르바 긴급 체포 등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검찰이 미네르바에 대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 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씌운 것에 대해 살펴보자. 미네르바가 자신의 글로 이 나라 경제와 국정에 큰 피해를 끼칠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지을 수 없다.
글이나 말은 정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든 글이나 말에서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이나 전망 등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조차 ‘주가가 3000선을 돌파할 것이다’라든지 대선 공약으로 ‘747’을 제시했지만 그런 예측이나 약속이 진실로 입증되거나 실현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헛소리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해 검찰이 책임을 묻지 않는 것처럼 미네르바에 대해서도 긴급체포와 같은 비상한 형식으로 사회에 충격을 줄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이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매일 국정을 수행하듯 미네르바도 사이버 상에서 제 역할을 하고 여론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대처 방법이다. 검찰은 미네르바의 글 한 편을 문제 삼았지만, 미네르바가 쓴 다른 수많은 글들이 사이버 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사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네르바는 아고라에 100여 편의 글을 올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만큼 명성을 획득했다. 이 사회의 이름난 경제학 교수로부터 ‘경제학 고수’라는 최상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누리꾼이나 경제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면 그는 글을 통해 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고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이다.
실수할 수 있는 자유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공직자의 공직 수행에 대해 언급할 때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3개 경제부처를 대상으로 한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일하지 않는 공직자가 어부지리를 얻어서는 안 되고 일을 적극적으로 책임지면서 하다가 실수 하는 사람은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누구나 일하다 보면 실수하는 것이 인간이다. 공직자가 일하다 실수할 여지가 있는 것이나 미네르바가 글을 쓰다가 실수할 수 있는 것은 공통적인 것이다.
공직자는 공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면 사이버 논객은 글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사이버 세계도 이 사회의 한 부분이 아닌가? 대통령도 공직자가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공언한 마당에 검찰이 ‘경제 대통령’의 글 한 부분을 문제 삼아 중죄인 다루듯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네르바는 이미 발표한 수많은 글을 통해 이 사회에 충격도 주는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여했다. 검찰이 미네르바의 수많은 글 가운데 한 편에서 실수를 한 것에 대해 긴급 체포권을 발동한 것은 검찰이 사이버 세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즉 사이버 세계는 공권력이 단속해야 할 무법천지로 이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일을 하는 검찰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 나라가 정보 강국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현실에 등을 돌린 비현실적 태도다.
말과 글의 자유, 즉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존 스튜어트 밀의 다음과 같은 말을 검찰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자유로 인한 중요한 혜택 중의 하나는 틀릴 수 있는 권리, 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인간의 지식이란 결코 완전하지 못하며 항상 거짓일 수 있다.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은 개연성 있는 해답에 불과하다.”
밀은 인간이 언론 자유를 누릴 때 전제되는 것은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글이나 말에서 실수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그런 사회는 침묵하는 사회, 즉 말이나 글의 표현이 억제되는 사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비현실적인 태도는 이 사회를 침묵하는 사회로 몰고가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미네르바에 대해 ‘전문대 졸업, 무직자’라는 점을 강조해 공표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학문의 세계가 아무리 멀고 험하다 해도 장기간 독학으로 공부해서 상당한 정도의 내공을 쌓는 일이 왜 불가능한가? 우리나라 예체능계의 젊은 이들이 세계 정상을 차지하듯 젊은 독학도가 최고수가 되지 말라는 법 있나? 검찰은 구시대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이버 세계 전체를 범죄시하는 비현실적인 태도, 이 나라의 고질적인 학력위주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검찰이 미네르바가 자신이 미국 금융기관에서 일했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자신의 경력을 부풀린 점도 관련법에 저촉되는 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행동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학력위주의 고정관념이 강한 이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저질렀던 흔한 현상의 하나다. 국회의원 출마자 등이 자신의 학력을 부풀려 곤욕을 치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미네르바가 이 사회의 고질적 병폐의 희생자라는 점에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거나 동정을 살 일이다. 범죄자의 낙인을 찍기 위해 떠벌일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정부는 미네르바의 글 가운데 한 편을, 그리고 그가 경력을 속인 것 등을 문제 삼았다. 검찰의 이런 모습에서 촛불 시위 이래 이명박 정부가 전력을 다해 재갈을 물리려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인 쪽으로 몰고가려는 저의가 읽힌다. 검찰이 미네르바를 제물로 삼아 사이버 세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현 정권에게 몸바쳐 충성하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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