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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북관계, 그 해법은?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9-02-02 13:01:43 입력

군사적 위기상황 큰 책임은 MB정부에

남북관계가 아슬아슬하다.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다. 당장 모두의 시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쪽을 주시한다. 그 해역 부근에서 남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30일 남북간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모든 합의사항들에 대한 무효화를 일방 선언하고, 남북기본합의서의 서해 해상군사경계선에 관한 조항들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성명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북측을 어떻게 자극하고 위협했는지를 열거했다.

북측이 이날 NLL을 특별히 지목한 것은 NLL이 정전협정상 근거가 없고, 유엔군사령부(UNC) 내부 작전규칙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NLL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남북이 지난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본문 11조 부속합의서의 제10조는 ‘해상 불가침 구역은 더 협의할 것이며, 쌍방이 합의할 때까지 쌍방의 관할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해상군사분계선을 미결로 남긴 상태였는데 북측의 이날 성명은 이런 합의조차 폐기한다고 밝힌 것이다. 사태가 심각하다.
 
서해상에서 남북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간 분위기 조성이 급진전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6자회담의 긍정적 측면과 그 추진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언급했다. 러시아는 6자회담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의 의장국으로서 내달 중순 제3차 실무그룹회의를 갖는 방안을 6자회담 참가국들에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이 순항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반면 한반도에서 군사충돌 위험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런 참담한 상황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10·4선언은 남북이 9·19공동성명의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한 바 있어 더 안타깝다.

세상에는 예측 가능한 일도 있다. 남북관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남북간에 쌓아올린 공든 탑을 허물어뜨리는 삽질을 멈추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었다. 현 정부는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외면하면서 북측을 대화상대로 인정치 않는 태도를 수정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말로는 남북 대화를 말했지만 정부 인사나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 특유의 오만과 독선이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 당국 관계가 꽉 막힌 상태가 되었는데도 ‘지난 10년간 잘못된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식의 언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당선 후 통일부를 아예 없애려다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히자 중단했지만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한국의 네오콘’으로 지탄받던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내정하는 등 남북관계를 과거 정부의 업적을 바탕으로 추진하려는 의사가 없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김하중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비핵·개방·3000’의 입안자 중 한 명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를 내정했다. 현 교수가 내정된 것은 최악의 상태인 남북관계를 방치 또는 냉각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같다.

남북이 공들여 쌓아올린 지난 10년간의 평화·협력관계가 파탄 나고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된 큰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 이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이룩된 남북관계를 외면하자 북측의 대남 대응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급기야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 비화된 것이다. 북한의 대남 압박 강도는 지난 여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속되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초 개성 관광 사업을 중단시키고 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대남 전면대결을 선언한 데 이어 30일 새벽 그 수위를 더 높이는 조치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 대통령이라는 점을 내세웠지만 남북관계의 경제적 측면을 외면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탈냉전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가 시야가 넓은 경제 CEO였다면 남북의 군사적 대치에 투입되는 막대한 정부 예산의 평화적 이용, 남북 경제공동체의 추진으로 얻어질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서 무관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집권 이후 미국발 경제 위기대책에서 헛발질을 계속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지속했을 뿐 경제 전문가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추진했다면 세계적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10·4선언에 담긴 남북 경제공동체 추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4선언의 합의사항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기로 함으로써 경제협력 뿐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훌륭한 합의를 전혀 활용치 못했다.

정치는 선택과 집중의 예술이다. 정치가 최상의 것을 택해서 멋지게 풀어나갈 때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청와대를 중심으로 집행된 정치는 실망스런 것이었다. 남북관계도 현 정부가 국민을 절망케 만든 많은 실책 중 하나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것은 북측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는 것이다. 위기의 해법은 이 대통령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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