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역 탑승사고로 크게 다친 중증장애인.

사고 당일, 피해자는 평소와 같은 위치(승차장 3-1번으로 추정)에서 휠체어 왼쪽 뒷바퀴로 승차를 시도하였고, 왼쪽 바퀴가 먼저 들어가고 오른쪽 바퀴가 아직 전동차 내로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와 달리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안내방송도 없이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연대와 대책위는 이어, 피해자가 비명을 질렀으나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문이 좁혀져 들어오면서 휠체어는 파손되고 피해자는 오른쪽 허리와 엉덩이에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승강장에는 역무원이나 공익요원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런 사후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고 이후 가능역이나 수도권 북부지사(가능역 관할), 서부지사(기관사 관할)는 모든 책임을 해당 기관사에게 전가하는 태도와 역무원이 119를 통해 병원으로 피해자를 후송시켰다는 등 터무니없는 해명을 하고, CCTV 등 당일 사건화면과 파손된 휠체어를 보여 주지 않는 등 거짓과 사건은폐로 일관하고 있다고 장애인연대 등은 분개했다.

장애인연대와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철도공사의 작태에 충격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이번 기회에 의정부시 지하철 역사를 점검하여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연대 등은 2월11일 오후 3시 성북역 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방문을 벌였다.

[기자회견문]
장애인들은 언제까지 이동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맡겨야 하는가

8년 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하다 떨어져 돌아가신 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이동권 확보를 요구하며 투쟁하였다. 이런 투쟁의 성과로, 2005년에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지하철역사에서 장애인들은 살인기계인 장애인리프트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있으며,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벌어진 공간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출발하려는 전동차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가 일쑤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29일 낮 12시30분경, 가능역에서 서울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이용하려고 2층 승차장(3-1번으로 추정)에서 장애여성 이모(24세, 뇌병변1급)씨가 수동휠체어를 이용하여 탑승을 하려 하였는데 미처 탑승을 다하기도 전에, 문이 닫힌 채 출발하는 전동차에 끌려가다가 휠체어와 함께 승강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사고가 발생하였다.

현재 부상자는 의정부시 성베드로 병원에 입원 중에 있으며, 오른쪽 등과 허리 대퇴부, 다리 등에 심각한 육체적 부상을 당하였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전동차 소리가 들리는 환청과 사고당일 전동차에 끌려가면서 봤던 철로가 눈에 선한 극심한 정신적 피해로 인해 13여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수면을 제대로 이루고 있지 못한 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역무원이나 공무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능역은 역무자동화운영 시범역사라고 자랑하고 있다. 무인시스템이 되려면 안전사고에 최대한 만전을 기하는 등 제도적 보완시스템이 철저히 갖춰져야 하는데, 교통약자 특히 중증장애인의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인력감축에만 급급하여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가능역 역무원은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어머니를 불러 병원에 입원하고 피해자 어머니가 CCTV를 확인하러 갔을 때 비로소 사건 발생을 알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후 경찰에 사건접수도 하지 않고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하 회원들이 가능역에 찾아갔음에도 사건을 무마하기에만 급급하여 119에 의해 병원으로 피해자를 후송시켰다는 둥 터무니없는 거짓 이야기와  CCTV등 당일 사건화면과 파손된 휠체어를 보여 주지 않는 등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가능역 탑승사고는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이 언제까지 장애인들이 목숨을 담보로 하여야 하는가, 장애인이동편의 증진법에 장애인의 이동의 권리라는 조항은 한낱 허울뿐인 법조항이라는 말인가, 지금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승무원들의 안전교육과 문이 열린 채 움직이는 결함차량 운행, 승강장과 전동차의 넓은 간격등 사후재발방지 노력에 어떠한 책임 있는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도 장애인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리프트를 타고 있을 것이고, 전동차와 승강장의 틈새와 높은 턱을 곡예를 하듯 넘나들어야 하며, 떨어져 죽고 다쳐도 한낱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건으로 치부되며 사건을 은폐하여 장애인의 이동 권리를 철저하게 짓밟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장애인은 절망하며 분노한다.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담보로 이동하며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사고의 직접 책임자인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즉시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즉각 약속하라!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살인기계 리프트와 국민의 발임을 자처하고도 사고철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전철을 죽음을 담보로 이동할 수 없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가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가능역 열차사고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사과하라!

하나.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모든 역사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지하철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리프트 사고에 대한 대책등 재발방지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

하나.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전철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와 환승구간에 대하여 즉각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

하나.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전동차와 플랫폼 사이의 간격차이로 생기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계획을 즉각 수립하라!

하나. 한국철도공사 수도권북부지사와 서부지사는 사고자에게 피해보상을 약속하라!

2009년 2월 11일
가능역 장애인 열차사고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