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장흥농협 맞은편에 있는 아담한 치킨가게는 임명우(47) 일영1리 영농회장의 또 다른 일터다.

“영농회장과 이장일을 함께 보는 사람은 다 가난해요. 먹고 살아야지요.”

아내를 7년 전 하늘로 떠나보내고 두 딸과 여동생이랑 가게를 차렸지만 불경기에 장사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 그렇다고 본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1천600평 논농사 외에도 다른 영농회장들과 함께 영농회의 이름 아래 노인들의 농사일을 돕는다.

“지원 한번 나가면 한달이 걸려요. 모판부터 수확까지 전부 돕습니다.”

이 동네에서 농사짓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보고 자란 것이 농사다.

“옛날에 비하면 지금 농사는 자동화로 많이 발전했어요. 옛날에는 손으로 모판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기계로 완성되어 나옵니다. 모내기는 이제 손 대신 트랙터로 하니 얼마나 편해요. 하지만 여기는 조각논이라 트랙터 돌리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재혼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무서워 꿈도 못 꾼다고 멋쩍게 웃는다.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농사에 치킨가게까지, 그리고 이장과 영농회장, 거기에 장흥파출소 자율방범대 총무까지 맡고 있다. 장사가 늦게 끝나도 아침에는 삼상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이 동네는 위험해서 큰 일이에요. 고가도로를 중심으로 사고가 숱하게 납니다. 빨리 감시카메라가 설치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동네 노인분들이 들어와 치킨을 튀겨달라고 했단다. 좋아하지도 않는 치킨을 시키는 이유가 의아해 물어보니 길가에 따로 떨어진 집에 올라가기 힘들어 치킨 배달차를 얻어 타려고 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장흥. 큰길을 벗어나 곳곳마다 웅크린 집으로 가는 것은 젊은 사람도 힘들다.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첩첩산중이다. 치킨도 필요 없이 그냥 차로 모셔다 드렸다. 그 뒤부터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임 회장을 찾는다.

“그래도 아버지 또래 노인분들이 억세게 영농회를 많이 돕고 밀어주시기에 일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오후에 또 다른 약속을 찾아가는 임 회장. 바쁜 생활에서 행복을 찾는 그의 모습에서 보람찬 삶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