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통합보다는 지역분열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깨닫게 하는 신호탄이었다. 자율보다는 타율이 득세할 것임을 알리는 자리였다.

한나라당 김성수 국회의원(양주·동두천)이 9월11일 고향인 양주시 별산대놀이마당에서 양주권(의정부·양주·동두천) 행정구역 자율통합 찬반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이 토론회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지역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증명하는 공개행사가 되어 버렸다.


행사장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방적 통합 결사반대(양주시리통장연합회)’, ‘3개시 대통합은 우리의 숙명(동두천발전연합회)’, ‘통합만이 살길이다(의정부1동 통장협의회)’ 등의 현수막이 펄럭였다.

참석자 500여명은 5분의 1 가량씩 정치 관련자, 공무원, 기관·단체 회원들, 조직된 동원 관중, 기자 및 일반시민으로 분류될 듯 했다. 일반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밑바닥인 가운데, 조직된 관중이 기싸움을 펼친 것이다.

주최측은 김문원 의정부시장과 임충빈 양주시장, 오세창 동두천시장에게 축사를 맡겼으나, 한나라당 김문원 시장 외에 무소속 임충빈 시장과 오세창 시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책토론회’에 나갈 명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불참했다. 임 시장과 오 시장은 행정구역 통합 추진에 대해 상당한 정치적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주최측의 엉성한 진행으로, 예정에 없던 한나라당 김상도 의정부갑 운영위원장이 축사에 나서 장시간 통합찬성을 역설하자 양주시민들이 “의정부에 가서 해라”, “연설이 너무 길다”, “우리는 통합 못한다” 등의 야유를 보내며 강하게 항의했다. 임충빈 양주시장을 정점으로, 기관·단체를 골간으로 한 반발 정서가 이미 뿌리 내린 모양새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인사들이어서 참여 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안계철 의정부시의회 의장, 원대식 양주시의회 의장, 형남선 동두천시의회 의장, 유재원·이항원 경기도의원, 이경원 경기북부미래포럼 대표, 홍순연 동두천시 사회단체협의회 부회장 등이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다.

유일하게 경기북부참여연대 대표 이주형 변호사가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했고, ‘한나라당 판’이라는 지적 때문인지 염일열 서정대 교수가 급히 토론자로 초청됐다. 민주당 문희상(의정부갑)·강성종(의정부을) 국회의원은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잔치였다.

안병용 신흥대 교수가 오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의정부·양주·동두천시 지역통합 타당성 검토’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한 뒤 의견개진에 나선 안계철 의장은 적극 찬성, 형남선 의장은 유보(찬성), 원대식 의장은 유보(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재원 도의원, 이경원 대표도 통합을 찬성했다. 이주형 대표와 홍순연 부회장은 “연천군과 포천시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주장했다. 염일열 교수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개편인가?’라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실상 반대했다.

김성수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논의를 촉구하면서 의정부, 양주, 동두천시의 통합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가 통합의 긍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갈등요소와 고려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의 다양한 의견개진에 앞서 정치적인 편가르기, 지역간 갈등, 지역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통합논의보다는 분열양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조직적이고 정치적인 여론몰이 때문에 ‘시민들의 자율’보다는 ‘목적의식적인 타율’이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으로 보여 진정성 있는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양주권 통합을 강력 희망하며 찬성 여론몰이를 지휘하는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인사말에서 “의정부는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원점에서 통합을 논의하고 싶다”며 “의정부·양주·동두천은 모두 한 형제이며, 3형제가 힘을 합쳐 지역발전을 이루자”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기득권 포기 및 정치 불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3형제’ 발언은 양주·동두천시민들의 반발 정서를 부채질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