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포천 대통합 요구

의정부·양주·동두천 3개시 중 인구, 면적, 재정자립도 등 모든 게 불리한 동두천시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벌이는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타이틀 매치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같은 모습이다.

의정부·양주·동두천의 통합문제를 놓고 이미 자족도시가 된 의정부와 넓은 면적에 개발 가속도가 붙은 양주에 비해 동두천은 전체 면적의 68%가 임야이며, 농림지역과 미군공여지가 각각 42%로 58년 동안 국가안보와 수도권정비법·군사보호법 등에 묶여 개발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살아왔다.

동두천시민들은 특히 미군기지 때문에 기지촌이란 딱지를 천형처럼 이름 앞에 붙이고 58년을 살아온 설움이 있다. 그러나 소요산을 연계하는 1호선 전철시대와 함께 이제 겨우 작은 변화를 시작한 9만여 시민들은 동두천지원특별법 제정이라는 가슴 벅찬 희망의 꿈을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와 정치권의 3개시 통합 강행추진은 가장 열악한 조건으로 경기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동두천에 사실상 피해만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동두천 각종 사회단체들이 설움과 불만을 삭이며 경기장 속으로 뛰어들 기세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 3개시의회 의장들이 통합 합의서를 작성, 급물살을 타는 듯한 통합 문제는 그러나 의정부시의회가 일방적으로 행정안전부에 통합건의안을 단독 제출하면서 지난 9월22일 ‘신의를 저버린 의정부시와 결코 함께할 수 없다’는 양주·동두천시의회의 성명서 발표와 동두천·양주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미 경기는 시작되었고 열악한 조건 속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동두천은, 국가가 그동안 군사보호시설구역·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로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다. 국가는 통합시 경기에 불리한 동두천의 감독과 코치, 그리고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두천은 통일을 대비한 경기북부의 거점도시로 통합시란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경기에 앞서 동두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4일 국회의원 208명의 서명을 받은 동두천특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항간에는 약 5조원이란 돈을 과연 현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 통과를 시민들은 원하고 있다. “통합시 총 예산의 10%를 동두천시 발전기금으로 배정하라. 통일을 대비한 연천·포천을 아우르는 5개시군 대통합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생연동에 사는 조정기(41)씨는 “자치와 분권이라는 국가정책적인 큰 틀의 비전과 기준 없이 중앙 및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3개시 통합논의에 동두천시민들은 가슴에 또 다른 멍이 생겼다”며 “서울이 생활권이고 인구 50만을 바라보는 자족도시가 된 의정부는 차라리 도봉구와 합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비토했다.

중앙동에 사는 윤문희(45)씨는 “통합시의 장점은 각종 토론회를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 개편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관료들의 이익, 혹은 지역 유지들의 이해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주인이 되려고 시작했다.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오직 국가경쟁력 제고와 남북통일, 주민편의, 지역활성화를 위한 개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오세창 동두천시장
“의회 밀실합의가 민심이반 부른다”

-최근 3개시의회가 9개항의 통합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의정부시의회가 단독으로 통합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에 맞지 않는 여론몰이를 하는 정부에 박자를 맞추며 3개시의회 의장들이 밀실에서 통합시 명칭과 법원·검찰청 부지를 양주시로 하자는 등 9개항을 집행부와 단 한마디 상의 없이 합의했다. 특히 의정부시의회 의장은 시의원들과도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또 단독으로 통합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통합이 아닌 동두천시장으로서 생각하는 또 다른 통합안이 있다면?
=이번 3개시의회의 합의서 파기사례를 보듯 3개시가 서로 자기 입장에서 통합을 주장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통합의 주체는 주민이 되어야하는데 의회의 밀실합의는 주민들의 반발만 사 오히려 반대하는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통합의 장점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 포천 통합이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주민의 실익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동두천특별법 제정시 추정되는 효과는?
=우선 1조6천436억원이란 국비지원과 3조8천368억원이란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교 신설에 따른 고용효과(1만5천명 900억원)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개발에 따른 경제효과(2조3천억원), 탑동 산악레포츠 체험단지 조성(1조9천717억원), 산업단지조성에 따른 고용창출(1만3천명 1조1천700억원) 등이다. 이밖에도 소요산관광지와 보산동 관광특구 등 그 파급효과는 가까운 장래에 자족도시와 삶의 가치가 있는 가슴벅찬 도시가 될 것이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통합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58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왔고 지역발전의 물꼬를 막아왔던 국가가 동두천에 피해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택시민은 국민이고 동두천시민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이제 동두천도 자족도시로서 변모하기 위한 용트림을 하고 있는데 특별법에 앞서 통합시 문제가 우선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특별법 제정을 정부가 해주고 주민이 주도하는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