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리와 우리의 자세
김환철/경민대 자치행정과 학과장, 경기북부정책개발연구원장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은 바뀌어 가고 있고, 이에 대응한 행정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행정 변화는 크게 예산차원에서 총액예산제, 복식부기제 등이 도입되었고, 주민자치 차원에서는 주민소환제 등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행정구역 개편 역시 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 핵심에 우리 ‘동두천·양주·의정부시’가 있다.

이러한 구역개편이라는 시대변화의 주요한 흐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치적인 성격은 별개로 논의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라는 효율성의 이념과 더불어 민주성, 자치성 등의 논리가 지역을 찬반의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는 학문적 배경이라 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 하에 우리지역의 뜨거운 이슈인 행정구역에 대한 방향성을 간략히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올바른 판단기준을 제공하고자 한다. 

원래 행정구역이라 함은 ‘일정한 지역의 행정단위나 통치관할권’을 의미하며, 그 구체적인 성격은 구역과 기능과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부연하여 설명하면, 행정기능은 그에 알맞은 구역의 범위가 존재해야 하며, 주민의 경제활동 및 복리증진이라는 행정목적을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민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규모로 확정되어야 이상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최상의 경제활동을 유지시켜 줌과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제공하여 주어야 한다. 또한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교통·통신의 발달에 걸맞는 행정구역 개편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부의 안이 100%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것도 이러한 논리의 충돌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두천·양주·의정부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자.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할 점은 우리지역을 관통하는 ‘공동체정신’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동두천·양주·의정부시는 과거 구 양주권에서 분리된 자치단체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랜시간이 경과하여 나름 독자적인 자치단체로 발전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의 경우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진 공동체의 정신이 분명히 관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은 통합을 원하고 있고, 이는 시간의 문제라는데 결론점을 지니고 있다. 시간이 문제라면 지금부터라도 통합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경제적인 관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동두천·양주·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상당 부분의 기업인들은 자치단체에 크게 얽매여 있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 오히려 소형의 자치단체보다는 성장과 발전을 주도하는 중급 규모 이상의 자치단체를 원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미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같은 지역을 관통하고 있고, 상권 역시 나름대로의 통합상권을 지니고 있다.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에서 통합의 효율성과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행정의 대응성과 주민자치의 문제이다. 이번 통합이 정치성과 더불어 경제성·역사성까지 내포하면서도 심한 반대에 부딪치는 것이 바로 자치권의 문제이다. 나름대로의 특색있는 정책의 디딤돌을 내려놓았다 생각한 양주시의 입장에서는 양보하기 힘든 논리이다. 능률성이 높아진 반면 민주성과 차별성이 저해될 수 있음은 동전의 양면논리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문제라면,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방법론을 강구해야 한다.  통합에 대한 손실을 일반 셈법으로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갈등이 심한 지역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진실된 자세로 다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의정부시는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 진실여부를 떠나 인구와 시세 등을 앞세운 과잉행동 등에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주민선택과 갈등의 문제이다. 이번 구역개편의 키워드는 ‘자율’이다. 시민의 대표인 기초의회의 결의와 더불어 기초의회가 판단할 수 없다면 결국 시민의 투표권 행사로 결론이 날 것 같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이번 행정구역 개편을 너무나 시간다툼의 모양새로 이끌어 자칫 자율이라는 단어에 의심을 품게 만들지 말고 가능한 한 최선의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정보와 시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지역을 보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갈등표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구조 속에 구역개편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정책안의 실익을 거둘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들의 정치지도자들은 최선을 다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번 구역개편의 판을 짜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다 이번 기회에 성공할 수 없다면 행정안전부의 강제통합 시한인 2014년까지는 차선의 혜안을 발휘해야 한다. 많은 지역의 시민과 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양주권 통합논의 무엇이 필요한가?
염일열/서정대학 교수, 지역발전연구소장

지난 8월26일 행정안전부가 자율통합 자치단체 지원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국 지자체마다 ‘통합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독려 추진해 온 시·군 통합 건의서가 9월30일자로 신청을 마감한 결과 모두 18개 지역의 46개 시·군이 통합을 신청했다. 건수로만 보면 상당히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는 듯 하지만, 18개 지역 중 통합대상 지자체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신청한 지역이 8곳에 달하는 사실이 말해주듯 실제 통합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양주권(양주, 의정부, 동두천)도 양주·의정부·동두천, 양주·동두천 2개안이 제출된 상태이다. 통합까지는 이달 중순 실시되는 주민대상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지방의회 의견수렴, 주민투표 등 아직도 넘을 산이 많다.

정부는 기초지방자치단체 통합 등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인접한 지역을 하나로 묶어 ‘행정의 비효율성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광역화를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 논의되는 방안은 기존의 시·군·자치구를 몇 개씩 묶어서 60~70개 정도의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고, 시·도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폐지하거나 그 기능을 아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완전히 잘못 짚은 문제 진단의 오류에서 출발하여 처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틀 속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군 통합의 논거로 행정구역 확대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의 규모가 클수록 국가경쟁력이 보다 높아지는 것인지가 현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선진국이라는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은 국가경쟁력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나, 평균 인구 20만명인 우리보다 인구규모면에서 작다. 그리고 평균면적에서도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비교 대상국들에 비해 모두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 내용에 따르면 행정구역의 규모와 국가경쟁력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달리 국내 지방자치단체 규모가 상대적으로 비대하므로 모든 지자체에 통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행정구역은 단순한 땅덩어리가 아니라 문화적이고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요소들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둘째, 현재 추진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은 시·군을 통합하면 중복투자와 낭비를 줄이고 고비용 행정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행정의 효율성이 높아질까?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례로 우리나라에서 1995년 이후에 80여개의 시·군이 통합하였으나 통합지역의 행정비용은 1995년 53.7% 증가한 반면 비통합시는 35.0% 증가하는데 그쳐 오히려 통합지역의 행정비용이 비통합지역보다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개편 전후 통합시와 비통합시를 연구한 결과 주민 1인당 일반 행정비가 비통합시보다 통합시에서 더 많이 지출되었으며 인구 1천명당 공무원 수도 통합시가 5명, 비통합시가 3.5명 수준이어서 통합시의 행정효율성이 떨어져 통합으로 인한 행정비용 절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소지역주의가 팽배하여 지역간 갈등을 피하기 위하여 한 지역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면 다른 지역에도 설치하게 됨으로써 과잉수요가 발생하여 행정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외교·안보·국방 기능을 담당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정책·조정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기초자치단체는 복지, 환경, 민생 등 현지성이 강한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양주권 통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주의 깊게 고려하여 추진되었으면 한다.

첫째, 중앙정부의 지원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 또한 통합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개인적으로 의문이지만 장기적 차원, 단기적 차원에서 장·단점 및 통합의 효과를 비교분석하여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청사진을 마련하여 추진되었으면 한다. 3여(여수, 여천, 여천군) 통합을 보더라도 통합 당시의 약속이 현재에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시청사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둘째,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전개되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생활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자치 내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이다. 따라 양주권 통합은 주민불편을 해소하고 지역정체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논의되었으면 한다.

이제 양주권 통합 건의서가 정부에 전달돼 주사위는 던져졌다.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주민 개개인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다. 기왕 힘들여 하는 것이라면 시대의 조류에 맞게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은 광역자치단체는 더욱 키우고, 기초자치단체는 공동체로서의 정서적 동질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진정 주민이 편리하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무엇인지를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