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한민국 사회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가? 옳고 그름, 공공의 가치보다 이해득실과 진영의 유불리를 앞세우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의 선택이 공동체의 가치보다 당장의 유불리에 좌우되면서 사회는 점차 양분되었고 갈등은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의 영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토론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고, 때로는 외부의 위협보다 더 큰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마저 보인다. 이는 민주주의의 역동성이 아니라 민주주의 토대를 스스로 잠식하는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편을 가르는 제도가 아니라, 다름을 제도 안에서 조율하는 과정이다. 정치는 본래 다름을 전제로 하는 제도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논쟁하고 설득하며 타협과 합의를 통해 공동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이 정치의 본령이다.
진보는 본래 인간의 존엄, 다양성의 존중, 사회적 연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도덕적으로 단죄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태도는 과연 진보의 이름에 부합하는가? 권력을 감시하던 시민의 날카로운 시선이, 어느 순간 자기 진영을 향해서는 관대해지지는 않았는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는 완전한 정의를 구현하는 장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들이 타협을 통해 최선을 모색하는 현실의 공간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의 구도로 세상을 나누는 순간, 민주주의는 토론을 잃고 증오만 남게 된다. 그 피해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와 다음 세대에게 돌아간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상대를 이기는 언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언어다. 다름을 배척의 근거가 아닌 협의의 출발점으로 받아 드릴 때 분열은 극복되고 통합은 가능해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승자의 독주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 위에서 비로소 온전히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