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논의가 사실상 실종되었다. 그에 따른 경기북부 주민의 허탈감은 크다. “무언가 사기당한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실감이 깊다. 분도를 낭만적으로 접근했던 시각들은 이 현실 앞에서 해석력을 잃었고, 논의를 이어갈 에너지도 고갈된 상태다.
반면 대전·충남은 광역행정통합 논의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6월 지방선거가 광역행정통합을 전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광주·전남 역시 광역행정통합이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일정상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물론 이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정치적 불리함을 벗어나고자 대역전극을 노리는 행위라는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광역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부상한 배경에는 정치 일정상 결합하여 ‘적기’ 요인도 있지만, 동일한 생활·경제권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행정체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깔려 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한마디로 지역사회가 구조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북부의 현실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특별한 희생’이다. 분단과 안보의 최전선에서 발전의 기회를 제한받아 온 시간은 길었다. 그 대가로 ‘특별한 보상’ 또는 ‘특별자치도’라는 서로 다른 담론이 제기되어 왔다. 김동연 경기도정의 선택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였고, 정부·여당의 선택은 ‘특별한 보상’이었다. 예상대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경기북부 분도 논의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특자도’ 논의는 실종된 상태이지만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북부 개발기금 전출금이 전액 삭감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10년간 3천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 아래 첫해 300억원을 편성했으나 전액 삭감된 것이다. 분도를 전제로 한다면 편성할 이유가 없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예산안이었고 경기북부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정책 방향이 바뀐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했을까. 특자도 추진 당시에도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적지 않았다. 필자는 특자도 설치를 진지하게 추진한다면 북부청사가 존재하듯 북부도의회 청사부터 건립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북부도의회 청사가 마련된다면 특자도 출범을 위한 실무적 준비는 사실상 완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준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분도는 김동연 도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다. 더 이상 추진할 의사가 없다면 시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자도 분도’와 ‘특별한 보상’ 사이에서 혼선을 겪어온 경기북부의 민심을 달래고 수습하는 책임 또한 남아 있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내세워 반환미군공여지가 다수 분포한 경기북부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기대를 갖는 이유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전쟁과 미군기지로 형성된 의정부와 동두천은 미군기지가 사라지는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 것인가. 현재의 시·군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선택인지, 아니면 원래 양주에서 분리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재통합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선택은 북부 분도, 즉 특자도를 통한 기존 분립 구조의 유지였다. 그러나 분도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고양특례시 역시 분도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차분히 후속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현 의정부·양주·동두천 분립체제가 최선인지, 최선은 아니지만 현상 유지가 불가피한지, 아니면 의정부·양주·동두천 통합의 자력갱생이라는 새로운 진로 선택을 검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의양동 통합’ 또는 경원선 권역 통합이 지역 발전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틀이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시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