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적인 통합추진으로 나라를 갈등으로 몰아세우는 행정안전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11월10일 행안부는 자율통합 건의서를 제출한 18개 지역 46개 시·군 주민들에게 찬반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권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안양·군포·의왕, 충청권 청주·청원, 경남권 창원·마산·진해, 진주·산청 등 6곳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여론조사의 공정성 시비, 무응답을 빼고 찬성률을 높인 ‘사사오입’ 논란, 갈팡질팡 기준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통합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통합반대 시민들은 격앙된 목소리를 분출하고 있다. 찬성률이 높은 지역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뜨거운 감자’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단순한 여론조사와 의회의결로 통합을 결정하는 것은 시민주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까지 주민투표 결정방식을 주장하고 나섰겠는가. 표를 먹고 사는 지방의회만의 의결 통합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민투표는 현실적으로 투표율 33% 이상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는 모두 체계적이고 밀도 높은 준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성과를 올리려고 한 행안부의 ‘준비된’ 자업자득이다. 가뜩이나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려 하고, 언론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4대강을 불법적으로 졸속 추진하는 이 정부에 분개한 국민들의 민감한 살갗을 찢어내는 것과 다름없다. 행정구역 통합은 역사와 문화, 삶을 운명짓는 대역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의정부 양주 동두천도 이 정부의 졸속적인 통합추진으로 민심이 만신창이가 됐다. 찬성률이 높게 나온 의정부와 동두천시민들은 반대의견이 높은 양주시민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일반 생활인들이야 별 관심이 없었던 사안이지만, 나름 선거운동 하듯 목을 건 관심인들의 여론은 듣지 않아도 뻔하다. 같은 지역 시민 사이의 불신과 반목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언론법, 세종시, 4대강, 행정통합 등 벌이는 일마다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이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지는 있는지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