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에 무슨 일이?…꼬리 무는 의혹

▲ 시세보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가격에 팔린 수렁논.

“저기 보세요. 농사 짓기 힘든 수렁논이죠. 지금 공시지가로 1평당 30여만원 하는 저 땅을 2년 전에 180여만원씩 주고 샀어요. 다른 땅은 7배나 더 주고 수만평이나 싹쓸이 했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겠어요?”

교외선 철길이 지나는 양주시 장흥면사무소 뒤인 일영1리 땅 수만평이 2007년 8월부터 특정업체에 매집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그 이전부터 업체 사람들이 수차례나 찾아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높은 가격을 제시해 땅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가 땅을 대거 사들인 이 곳은 소형차나 경운기 등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농로가 진입로이며, 중간에 교외선 철길이 지나고, 앞과 뒤는 교외선을 넘는 고가도로와 산 등으로 막혀 있는 사실상의 맹지여서 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모 회사가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나돈지 오래”라며 “이와 관련하여 양주시가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교외선 철길은 업체가 산 땅 뒤로 이전해주며, 도시계획도로를 신설해준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업체가 무더기로 산 땅의 천문학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양주시가 개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인 것이다.       

특히 이 업체는 ‘2020 수도권광역도시계획’이 확정된 2007년 7월3일 전후로 일영1리 땅을 투기에 가까운 높은 가격으로 싹쓸이 하여 개발정보가 사전 유출된 게 아니냐는 주민들의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제한구역 해제조치인 수도권광역도시계획이 발표된 사흘 뒤인 7월6일, 일영2리 18만9천여평을 개발행위 제한조치로 묶으면서 양주시가 자체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민 재산을 강탈하면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행위라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영2리가 개발되면 바로 옆에 붙은 특정업체의 수용되지 않는 일영1리 땅은 부가가치가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소문대로 철길을 돌리고 도로를 만들어준다면, 개발가치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다.

게다가 공릉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4차선 도로, 교외선 철길로 인해 남북으로 길다랗게 마을이 형성된 일영2리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지역이다.


주민들은 “일영리 개발은 명분에 가깝고 속사정은 업체의 아파트 개발을 도와주기 위한 특혜성 도시계획”이라며 “진실이 드러나면 누군가 옷을 벗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시는 지난 2008년 11월18일 2020 양주도시기본계획을 승인받고, 2009년 3월30일 개발제한구역 조정가능지역 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했다. 용역비는 양주동(2.811㎢)과 일영2리(1.073㎢)를 포함하여 10억여원이나 들어간다. 

이에 대해 양주시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안도 나오지 않아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내년 3월말에 개발제한구역 개발 용역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고가를 없애거나 교외선을 돌리는 등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철거된다는 소문이 나도는 장흥농협 앞 고가.

“주민 묵살 임시장, 말못할 사연 있나”
일영2리 주민대책위 안희성·오대화씨

감사원 감사청구에 이어 국민권익위원회 탄원서 제출을 준비 중인 장흥면 일영2리 주민대책위원회 안희성 위원장과 오대화 총무는 양주시의 일방적인 도시개발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첫째는 주민들과 전혀 의견을 교환하지 않는 독재적 개발방식, 둘째는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 때문이다. 이들을 11월6일 일영2리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 안희성 위원장, 오대화 총무

-양주시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들이 늘 써먹는 말이다. 우리는 이전에 도면을 봤다.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그러는 것이다. 사전에 주민들과 의논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겠나.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 도시계획 용역 중인데 기본안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구린 게 있기 때문이다.

-왜 반대하나?
=우리는 보상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도시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주민투표에서 무려 96%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주민 대다수는 몇 대를 이어 이 곳 일영리에서 살아왔다. 두루미나 구렁이 같은 천연기념물만 보호대상이 아니다. 한 마을에서 몇 대를 살아온 사람들도 보호대상이다. 우리 지역은 반딧불을 비롯한 보호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고, 서울 인근에서 가장 잘 보호된 청정지역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더욱 보존되어야 한다. 파괴는 안된다.

-지자체 개발계획은 주민반대가 있더라도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끝까지 반대할 수 있겠나?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에게 양주시가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는 도시개발을 취소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만, 국토해양부에서도 양주시에 주민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합리적으로 해결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거지역을 제외한 주위의 임야나 농지를 개발하는 전향적인 방안이 나온다면 반대하지는 않겠다. 왜 몇 대째 잘 살고 있는 주민들을 고향에서 내쫓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특혜의혹도 제기하고 있는데.
=그렇다. 양주시가 원하는대로 일영2리가 개발된다면, 인근에 땅 2만여평 이상을 투기적으로 매입한 회사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다. 이는 정경유착이며, 가진 자들의 잔치판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투기화된 지역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국민권익위원장에게 탄원하는 것이다. 임충빈 양주시장이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지 주민 여론이나 국가정책까지 무시한 채 일영2리를 개발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임충빈 시장을 만나봤나?
=정부가 2007년 7월 그린벨트 해제조치를 발표한 뒤 곧바로 양주시가 개발행위 제한조치를 했다. 그동안 재산권 행사 등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시가 정부 정책을 뒤바꾼 것이다. 화가 나서 8월에 주민총회를 하고 9월부터 수차례 면담했다. 그랬더니 임 시장은 ‘주민이 반대할 공청회를 실시해서 무엇하냐’고 답변해 어이가 없었다. 또 1:1 보상이 아니라 시세의 30%만 보상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양보하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는 갈 곳도 없어진다. 개발이익을 위해 주민들을 내쫓는 시장이 세상에 어디 있냐.

-정말 공청회를 하지 않았나?
=우리가 조사해보니, 일영2리를 개발하면서 다른 지역 사람 400여명을 모아놓고 공청회를 하긴 했다. 일영2리 주민은 3명 뿐이었다. 이 3명은 일영2리 도시개발 공청회가 아니라 그린벨트 우선해제 공청회로 알고 갔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법을 유린하고 주민을 기만한 처사다. 따라서 우리들은 적법 절차를 무시한 일영2리 도시개발을 인정할 수 없고, 원천적으로 무효라 믿고 있다.

-양주시에 하고 싶은 말.
=수천억원의 도시개발 사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지형검토 없이 권한만 휘두르고 있다. 주민 재산을 장난감 취급하듯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불순한 사람들이 공모하여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싸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