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관급공사에 퇴출된 A형 흄관 재등장
거꾸로 가는 양주시·LH, 특혜 논란 부채질

양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작심한 듯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주기 시도를 계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행진곡의 끝은 어디쯤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명품 양주신도시’가 ‘특혜신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우수관 설계변경 과정=하수도 시설에 대한 양주시 의견을 접수한 LH는 2008년 4월, 하수관종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양주신도시(옥정지구)에 들어갈 우수관으로 레진콘크리트관(레진관)을 결정했다. 7월에는 레진관을 설계에 반영했다며 양주시에 동의를 구했고, 양주시는 이를 수락했다. 결국 LH는 우수관 5만2천379m를 레진관으로 확정하고 설계에 반영시켰다.

그러나 2009년 3월경 양주시기업인협의회가 LH 양주사업단 및 양주시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계획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관내 업체 생산제품인 원심력 철근콘크리트관(흄관)으로 우수관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옥정지구 레진관 투입 물량은 약 80억원대 규모.

이에 따라 양주시와 LH는 입을 맞춘 듯 책임소재를 서로 미루며 특혜논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흄관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흄관 업체 ㅇ사 부사장은 양주시기업인협의회 임원인 건설자재분과 위원장이다. 이 과정에서 양주시는 ‘관내 업체 보호’를, LH는 ‘원가절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설계된 물량 100%를 순식하게 뒤바꾼 것이다.

▲ 양주신도시 옥정지구 공사현장.

◆악취 나는 특혜=양주시와 LH가 레진관 80억원대 물량을 변경하면서 이를 모두 양주 관내 업체인 ㅇ사와 ㄷ사에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현장타설로 설계된 암거박스도 양주 관내 ㅎ사 제품으로 변경하여 독점 공급하도록 한 상황이다.

1공구와 2공구 시공사인 ㄴ사 구간의 1공구 우수관은 모두 양주 흄관 업체인 ㅇ사와 ㄷ사가 납품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2~3공구는 계약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납품에서 배제된 흄관 업계에서는 “양주시와 LH가 ㅇ사, ㄷ사 제품을 쓰도록 업체에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인 ㄴ사는 “우리는 자재 결정권이 없다”며 “하청업체가 알아서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업체들은 “여러 제조사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ㅇ사와 ㄷ사가 제일 쌌다”며 “같은 KS제품이라면 싼 곳을 쓰는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양주시는 애초부터 관내 업체 제품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암거박스의 경우 각 회사별로 제조·설치 방법이 다르게 특허를 받아 특정업체 제품이 설계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타설하여 설치키로 한 설계가 양주 관내 업체 보호를 이유로 조립 제품인 ㅎ사의 P.C암거 박스로 변경된 것이다. 현장 타설보다 “더 싸다”는 이유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이에 따라 과연 이들이 옥정지구 공정에 차질 없이 정상제품을 제 때 공급할 수 있을지도 업계에서는 의문이 일고 있다.

◆계속되는 특혜행진곡=특히 LH는 기왕에 설계된 레진관을 흄관으로 바꾸는 것도 모자라 최근 공사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A형(직관형 또는 칼라형) 흄관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공사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B형 흄관.

A형 흄관은 모양이 일자로 생긴 것으로, 물이 새지 않게 흄관과 흄관을 연결하려면 별도의 접합용 자재가 필요하다. LH는 접합용 자재로 PE수밀벨트를 채택했다. 이 자재는 ㅈ사가 독점 공급한다.

최근 양주시 도로공사나 하수도 공사 때 쓰이는 흄관은 B형(소켓형)으로, 너트에 볼트를 끼우듯 하는 방식이다.       

양주시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요즘도 직관형을 쓰는 곳이 있냐”고 반문했다. 도로과 관계자는 “소켓형보다 시공성이 떨어지는 직관형은 물이 샐 우려가 더 높아 유지관리가 불편하다”며 “도로공사 때 우수관으로 흄관을 쓸 때는 소켓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양주신도시는 양주 관급공사에서 사실상 퇴출된 A형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흄관 업계에서는 강한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형과 B형은 2대 8, 또는 3대 7 정도로 생산되고 있다”며 “이유는 시공이 불편하고 시공비가 더 들어 시장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납품되는 PE수밀벨트는 특허를 낸 ㅈ사가 독점 공급하는 것으로, 몇년간 공사현장에서 잘 사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ㅈ사 회장은 LH 전신인 토공 이사 출신이고, 사장은 시공사인 ㄴ사 부장 출신이다.

이에 대해 LH 양주사업단 관계자는 “A형 흄관은 현장사무실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LH 1공구 현장사무실 감독은 “양주사업단과 함께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형 흄관으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시공성과 공사비, 유지관리가 좋고 종합적인 여건을 판단했을 때 설계단가가 B형보다 싸다”며 양주시 및 흄관 업계 관계자들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 ㅈ사의 PE수밀벨트.

ㅈ사는 홈페이지에서 PE수밀벨트가 수밀성이 양호하고, 볼트 조립식으로 작업이 용이하며, 몰탈 작업이 없어 후속 공정이 빠르고, 흐르는 물에서도 보수 및 교체 작업이 편하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 인력품셈에는 A형 설치 인건비가 B형보다 1.1~1.6배 가량 비싸다. 물가정보지에 나오는 흄관 자체 가격은 A형이 B형보다 약간 싸지만, 독점 제품인 PE수밀벨트 가격이 훨씬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수관종이었던 레진관을 흄관으로 바꾼 것은 양주시와 관내 업체, LH 및 ㄴ사와 ㅈ사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합작품이었다는 게 업계의 대략적인 인식이다.

양주시 토목건설분야 한 공무원은 “양주신도시 관리청인 양주시가 향후 유지관리를 원활하게 하려면 보편 타당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써야 한다”며 “왜 우리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신도시에 설치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