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수많은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정치적 양극화와 지역, 세대 간 갈등, 진영 논리에 따른 분열이 심화되면서 국민통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통합의 출발점은 정치개혁이며,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선에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협치보다는 적대적 공존이 반복되고, 국민은 정치적 피로감만 느끼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국민통합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정당 공천제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지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인품이나 능력과 도덕성보다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는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둘째, 합동연설회와 공개 정책토론회를 부활시켜야 한다. 과거에는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현재는 온라인 홍보와 조직 동원 중심의 선거가 이루어지면서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직접 비교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정책 중심의 선거문화 정착은 민주주의 성숙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셋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은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추어야 한다. 독립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감시와 검증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선거관리위원장을 법관이 겸임하는 현행 제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거 관련 소송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선거 행정 전문가 또는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특정직 공무원이 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검토할 팔요가 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다른 국가기관과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적법한 수사 및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넷째,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전투표 제도는 유권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선거기간 장기화와 관리 부담 증가, 그리고 일부 국민들의 신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동일한 조건에서 국민의 의사가 표현되는 것이다. 국가가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공휴일에 모든 국민이 같은 날 같은 조건에서 투표하는 것이 선거의 기본 정신에 부합한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따라서 향후에는 사전투표 제도의 유지 여부와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폭넓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회의 특권을 줄이고 책임정치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 국회의원도 국민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받아야 하며, 특권보다 책임이 앞서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신뢰를 회복할 때 국민통합도 가능하다.
여섯째,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안보와 경제, 저출산과 지방 소멸, 통일 정책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는 국민을 분열시키지만,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국민을 통합시킨다.
정치인은 준법정신과 도덕성을 갖춘 인격자로 견리사의(見利思義) 정신으로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의 미래를, 진영의 승리보다 국민의 통합을 우선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상대를 제거하는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개혁 없는 국민통합은 구호에 그칠 뿐이며, 국민통합 없이는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제도와 정치구조를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하고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현할 때 대한민국은 더욱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분열의 정치를 넘어 통합의 정치로, 진영의 민주주의를 넘어 국민의 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자유민주주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