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경로당은 더 이상 어르신들이 잠시 모여 시간을 때우는 사랑방이 아니다. 홀몸 어르신들이 이웃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고, 건강을 돌보는 ‘종합 노인 복지 거점’이자 지역 사회의 최일선 안전망이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경로당을 통한 주 2~3회(월 10회) 점심 식사 제공을 확대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전히 복지의 온기는 일주일에 단 사흘에만 머물러 있다. 이제는 이 온기를 평일 매일, 즉 ‘월 20회’로 확대하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경로당 점심 식사를 평일 매일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밥 한 끼 더 대접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어르신들의 기본적 건강권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하고 예방적인 ‘보건 복지’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은 식사를 대충 때우거나 거르기 일쑤여서 영양 불균형에 쉽게 노출된다. 경로당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매일 제공하는 것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가성비 좋은 의료 대책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지자체의 노인 의료비 재정 부담을 줄이는 현명한 투자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가치는 ‘사회적 안전망’의 완성에 있다. 고령화 시대의 가장 큰 그늘은 고독사와 우울증이다. 평일 매일 점심을 먹으러 경로당에 나서는 일상 자체가 강력한 공동체적 연대를 만든다.
매일 또래 이웃과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며 안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울감은 줄어들고, 어르신이 하루만 보이지 않아도 이웃이 즉시 문제를 감지할 수 있는 ‘상시 돌봄 체계’가 자연스럽게 작동하게 된다.
고물가 시대에 고정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의 실질적인 가계 부담을 덜어주고, 식사 준비와 급식을 매개로 한 지역 내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 선순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예산과 조리 인력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지자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번에 전면 시행하기보다, 여건이 준비된 경로당부터 시범 운영하며 노인 일자리 사업과 자원봉사 단체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복지(福祉)의 ‘지(祉)’ 자는 ‘발을 멈추고 복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행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는 역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경로당 월 20회 급식 확대는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의 존엄한 도보를 돕는 가장 생활 밀착형인 동시에 시급한 복지다.
어르신들의 거칠어진 손을 잡고 따뜻한 밥상을 매일 마주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전향적인 검토와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