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식구다.”
보부상은 장사치다. 시골 오일장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인이 아니다.
조선 후기 양난 이후 비겁한 지배층의 실체를 깨달은 백성들은 허울 좋은 도학정치의 이념과 명분론을 배척하고 돈을 좇았다. 이 틈을 노려 등장한 세력이 보부상 집단이다. 전국적인 유통망 형성과 상공업의 발달에 기여했다.
허나 폐단이 더 컸다. 그들은 경제적 독점, 폭력적 통제, 그리고 권력 결탁이라는 망국의 고속도로를 놓았다. 윗선에 아첨해 매관매직으로 부임한 탐관오리들은 보부상들과 결탁해 뒷배가 됐다. 아니, 자청했다.
돈 맛을 아는 귀신 둘이 손잡으니 나라 곳간은 텅텅, 그들의 곳간은 빵빵. 이게 금권결탁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구한말 황국협회라는 어용단체로 독립협회의 만민공동회를 습격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권력의 개가 된 정치깡패 이정재의 원조가 보부상인 셈이다. 깡패 이정재도 정치에 도전했다가 토사구팽당했으나 그의 동대문사단은 더욱 번창했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지방정권이 출발하니 보부상의 후예들이 준동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단체장을 맡아 지방권력과 결탁하려고 할 것이라는 의혹이 무성하다. 정치 실세도 구미가 당길 수 있을 것이다. 황국협회처럼 정치적 호위무사로 만들고 싶을지도 모른다.
국민주권시대에 금권결탁의 끝판, 보부상의 후예들이 준동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