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의 마지막 황제 휘종은 국정을 돌보지 않은 채 화석과 기괴한 돌을 나르는 ‘간시강(花石綱)’ 사업과 거대한 궁궐 건축에 국고를 탕진했다. 백성들의 고혈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예술과 향락에 취해 있던 그의 말로는 금나라에 포로로 끌려가는 ‘혼덕공(昏德公)’이라는 치욕스러운 칭호와 국가의 멸망이었다.
역사의 비극은 고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한민국 지방권력의 일부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은 현대판 ‘제후’라도 된 듯 혈세를 마구잡이로 허비하며 휘종의 망국적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십억원을 들여 실효성 없는 화려한 조형물을 세우고, 선심성 축제와 외유성 출장으로 예산을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동산 정책이 난무하고 세제개편으로 주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가는데,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 행정과 쌈짓돈처럼 쓰이는 특수활동비 의혹및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지, 권력자들의 쌈짓돈을 불리는 도구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눈먼 돈처럼 쓰이는 방만 행정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과거 휘종의 말로가 무엇이었는가. 역사는 기억한다.
예산을 낭비하며 민심을 저버리는 현대판 제후들에게 남은 것은 준엄한 심판과 정치적 단죄뿐이다. 갉아 먹힌 지방 재정을 살리고 혈세 도둑을 막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주민 감시와 엄중한 법적 책임 추궁뿐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