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이 무겁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권력기관의 제도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개편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감시 기능, 그리고 권력을 향한 사회의 비판 정신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을 나누고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삼고 있다. 권력이 아무리 선한 의도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언제든 국민 위에 군림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과 헌법의 통제를 받는 것이다.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독립된 판단으로 법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 서로 다른 기관이 서로를 견제할 때 권력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이 원칙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내가 지지하는 정권이 권력을 행사할 때는 삼권분립이 중요하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 권력을 행사할 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삼권분립은 정권을 위한 원칙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개혁을 둘러싼 상황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새로운 형사 사법체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권한 분산과 견제를 위한 제도개혁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국민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그 제도가 실제로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강화하는가?” 이 질문은 정부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당연히 가져야 할 감시의 권리다. 더욱이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전문가, 이른바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엘리트층이 지나치게 침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잘하는 일에는 박수를 보내고 잘못된 일에는 비판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반정부가 아니며, 정부에 대한 감시는 정권을 흔드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리고 삼권분립만큼 중요한 것이 언론의 독립과 국민의 알 권리다. 언론은 어느 정권의 편도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정부를 비판했던 언론이라면 지금 정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반대로 지난 정부를 옹호했던 언론 역시 지금 정부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언론의 사명은 정권을 돕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사실을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보도의 기준까지 바뀐다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과 언론인,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권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원칙까지 바뀌어야 하는가. 삼권분립도, 언론의 독립도, 국민의 알 권리도 어느 정권에서나 똑같이 지켜져야 한다. 나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권이든 국민 앞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지만, 권력은 반드시 국민을 향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권력에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들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사회다. 역사는 권력자의 말만 기록하지 않는다. 그 시대에 누가 침묵했으며, 누가 국민을 대신해 질문했는지도 기록한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어느 정권의 성공이나 실패만이 아니다. 삼권분립,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권력을 비판할 자유. 이것이야말로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려서는 안 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국민이 주인인 나라답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