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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함께 하는 즐거움
  2009-12-14 11:25:53 입력

▲ 의정부여고 졸업
   고대 법대 졸업 
   고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본지 자문변호사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라 주변에서 흔히 산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어린 나이 때는 산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어서 산을 무서워했다. 그 때는 등산은 얼추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의 취미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나이가 어릴 적에는 산보다는 바다가 좋았었고, 무엇인가 꽉 막혀 있는 것보다는 탁 트인 것이 좋아보였다.

우리나라는 산이 너무 많아서, 지평선을 볼 수 없음이 너무 아쉬웠었고, 산이 시야를 가로 막고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다는 느낌까지 가졌었다. 그래서 외국 어딘가에서 지평선을 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평선을 보게 되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인도와 몽골에 가게 되었다.

인도는 넓은 땅덩어리에 북부 일부를 제외하고는 산이 거의 없는 나라로 유명한 곳이다. 인도에 갔을 때 원하던 지평선을 실컷 볼 수 있었는데도 막상 본 지평선은 내가 꿈에도 그리던 그런 기쁨을 주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지평선을 보게 된다는 자체가 큰 감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산이 없어서인지 넓은 땅덩어리가 더 볼 품 없고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뜨겁게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 때문에 그나마 땅 위에 몇 그루씩 심어져 있는 나무들의 나뭇잎이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주변의 먼지 때문에 색깔마저 누렇게 바래져 보였다. 산이 없으니, 나무가 많은 공간들, 그늘을 만들어 줄 공간들이 없었던 것이다. 가끔가다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제대로 된 그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그 나무들이 더 지쳐 보였다.

가도 가도 끝없는 지평선만 보이는데, 언제쯤이야 눈을 시원하게 해줄 초록색 산이 보일까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가도 가도 산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땅만 보이는데, 지평선이 이렇게 지겹고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오히려 네팔에 갔을 때 인근에서 보이던 안나푸르나가 너무나 그리웠다.

몽골에 갔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몽골은 오로지 초원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허허벌판에 오로지 초원뿐이었고,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이라서 산이 그립고 마을이 그리웠다. 사람에게는 때로는 숨을 공간이 필요하고 쉴 공간이 필요한데 끝없는 초원 한 가운데서는 숨을 곳도, 그늘에 쉴 곳도 없어보였다. 산이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인도나 몽골 모두 햇볕이 너무 강렬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산이 없는 것이 더 지치고 힘들게만 보였다. 인도와 몽골을 다녀온 이후 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예전처럼 시야를 가로막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로 바뀐 것이다. 때로는 숨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늘에서 쉴 수도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도심 한 가운데서도 시간이 나면 언제든지 가까운 산에 올라가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얼마나 축복받은 나라인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공해가 심해지고 사람의 마음도 더 각박해지면서 여유가 없어지는데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서 산기운을 받으며 좋은 자연의 향기를 실컷 맡고 내려오면 마음 속의 때가 말끔하게 씻기는 느낌을 받는다.

어릴 적에 필자가 ‘등산은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대로, 필자 역시 나이가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요즘은 정말 산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필자는 더 이상은 지평선을 찾지 않게 되었고, 어디를 가든 가까이 혹은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 모양, 빛깔, 정상 부분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산의 초록빛이 사람에게 크나큰 기쁨을 준다는 것을 산이 없는 나라에 다녀오고 난 후 느끼게 되었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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