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성수 국회의원(양주·동두천)과 오세창 동두천시장, 동두천 정치권 등이 사활을 걸고 있는 동두천지원특별법은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임충빈 양주시장이 연거푸 주요공약사항으로 내건 양주행정타운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본인들과 실무진, 시민들이 쏟아붓고 있는 땀방울에 비해 가시화되는 결과물은 거의 없다. 동두천과 양주의 제2 비약을 담보한다는 거대 프로젝트의 현실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동두천특별법은 입법 발의 뒤 1년2개월만에 간신히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지만 언제 통과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주행정타운은 그릇만 만들어지고 있다. 속에 들어갈 내용물인 행정기관은 유치실적이 전무하다. 2%가 심각하게 부족한 핵심 정책사업들을 긴급 점검한다.

1년 걸려 상정될 동두천특별법
‘동두천 특혜’ 정부 강력반대 첩첩산중
김성수 국회의원실 “법안 통과 희망적”

▲ 동두천시의회 형남선 의장이 2월5일 본회의장에서 동두천지원특별법 제정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의회는 이날 정부에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시민총궐기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6월10일 경기도가 최초 추진한 동두천특별법은 김성수 국회의원실, 경기개발연구원, 동두천시, 경기도 제2청이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초안을 마련했다. 시민 5만여명의 서명에 힘입은 김성수 국회의원은 2008년 12월4일 국회의원 207명의 동의를 얻어 ‘주한미군 공여구역 반환에 따른 동두천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두천특별법(의안번호 1802865)은 2006년 2월9일 국회를 통과하여 3월3일 공포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미군특별법)’에 의한 동두천시의 혜택이 미미하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동두천특별법은 13개 시·도, 65개 시·군·구의 경제 및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미군특별법과 달리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동두천시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대와 주민의 생계대책을 지원’하는, 말 그대로 ‘동두천만을 특별하게 지원’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골자는 ‘▲동두천특별회계 설치 ▲행정안전부 장관이 동두천지원종합계획 수립 ▲대학교 신설 및 의과대학 모집정원을 협의없이 정할 수 있음 ▲연수시설을 이전·증설·신설할 수 있음 ▲동두천시 소재 골프장 입장시 개별소비세 면제 ▲일반산업단지 조성비용 국고 지원 ▲행안부의 재정지원을 통한 전직·전업 동두천시민 생계안정대책 수립·시행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개발 가능 ▲요존국유림 사용허가 또는 불요존국유림 대부 가능 ▲동두천시내 도로를 국토해양부장관이 관리 ▲국공유재산의 사용·수익·대부 및 매각을 수의계약에 의해 할 수 있음’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동두천특별법은 ‘선례가 없는 특정지역에 대한 전폭 지원’이라는 분위기가 정부 내에 팽배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그렇더라도 관련 부처인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산림청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동두천특별법을 시행하려면 각종 현행법과의 심각한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 동두천특별법이 요구하는 ‘동두천만의 특별회계’를 설치한다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들고, 대학 이전이 아닌 신설 등을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뜯어고쳐야 하는 게 국토해양부는 쉽지 않다. 생태자연도 1등급 개발 등은 환경부가 반대하고 있다. 조세감면이나 산업단지 국고지원 등도 마찬가지다.

동두천 정치권 ‘시민총궐기’ 여론반전 정부압박 준비

이와 관련 동두천시와 정치권은 특별법 제정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수차례에 걸쳐 제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동두천특별법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30일 창립되기도 했다. 이들은 홍보문을 제작하고 동별 순회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2월1일과 2일에는 국무총리, 대통령실장, 국회의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건의서를 전달했다.

동두천시와 정치권, 시민대책위는 건의서에서 “동두천은 수도권 규제와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된 규제 속에서 시 면적의 42%가 미군기지로 제공된 전국 최대의 안보 희생지역으로 2009년도 시 재정자립도는 22.2%로 전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며 “동두천시민의 피나는 노력으로 ‘미군특별법’이 2006년 3월 제정되었으나 법 적용대상 지역이 전국 65개 시군구로 확대되어 정작 미군주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동두천에 돌아오는 혜택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동두천시의회도 2월5일 성명을 발표하고 “동두천특별법 제정과 관련, 정부와 국회의 전향적인 검토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의회를 비롯한 9만5천여 동두천시민이 총궐기하는 등 강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동두천특별법은 김성수 의원이 발의한 2008년 12월4일 이후 국회 내에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가 1년2개월 뒤인 2010년 2월16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 입법 추진 때문에 여야가 격돌, 2월23일경 다시 회부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행안위원회 전체회의 대체토론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긍정적으로 거쳐야만 한다. 이어 공청회를 하고 다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에 이송, 공포되는 절차가 한참 남아있다. 특히 국회 행안위와 법안심사소위 심사 때 각종 현행법과의 충돌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국방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의견도 받아야 한다.

국회 법안비용추계팀 “선언·권고적 지원법”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 법안비용추계팀은 ‘동두천특별법 비용추계서 미첨부사유서’에서 동두천특별법을 “동두천시의 지역발전 및 주민복리증진을 위하여 종합적인 지원정책을 수립·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선언적·권고적 기본법”이라고 규정했다.

법안비용추계팀은 “제정안 시행에 따라 국가 및 경기도지사는 동두천시의 지역발전 및 주민복리증진을 위하여 일반산업단지 조성보조금,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 주한미군 관련 생업자 생계안정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조세 관련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시행자 등에게 조세를 감면함으로써 재정수입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정안 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액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동두천시 지원의 사업규모가 확정되어야 가능할 것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현시점에서 추정하기가 어렵다. 또한 조세를 감면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정수입의 감소는 조세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야 비로소 발생하므로 본 제정안에 의하여 직접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동두천특별법은 “동두천시 지원의 사업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선언적·권고적 지원법이므로 현시점에서 재정부담액을 추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의원은 “현행법과 충돌하고 재정부담액도 추정할 수 없는 동두천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것은 큰 부담이 따른다”며 “특히 동두천 한 곳만을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동두천시 관계자는 “과거 미군특별법도 준비 단계에서 정부 공포까지 3년여가 걸렸다”며 “동두천특별법은 준비를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났고, 법안 발의부터는 1년이 지났기 때문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상정하면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우선 정부 설득 및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키기 위한 여론작업에 치중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반대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어 설득작업을 해왔다”며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반대의견을 최대한 줄였고,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의견도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말고 찬반논리가 함께 나오도록 설득했기 때문에 2월 국회 행안위에 상정할 수 있었고, 그래서 법안 통과는 희망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 신축 이전 지역을 양주시와 1표차로 의정부시로 결정한 2007년 4월19일 위치선정심의위원회 회의 모습.

행정타운에 행정기관은 없다
임충빈 시장 노력도 물거품
‘주요공약사항’ 이름값 못해

양주시 행정타운에 들어서는 행정기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같은 질문에 양주시는 즉답을 피한다. 아직까지 확정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우체국, 농협, 선거관리위원회, 양주1동사무소, 문예회관, 종합운동장 등이 거론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발계획 용역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양주시 입장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양주행정타운은 ‘시 중심 기능 조성을 통한 개발중심축 및 랜드마트 형성’, ‘시민에게 행정편의 제공 및 행정에 대한 만족감 증대’를 목적으로 임충빈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정책사업이다.

행정타운은 양주시 마전동, 남방동, 유양동, 산북동, 백석읍 방성리 일원 4천270㎢(100만여평)에 걸쳐 개발될 계획인데, 현재 확정된 것은 2008년 11월 2020 양주도시기본계획 승인(시가화용지 및 시가화예정용지)이 전부다.

양주시는 2007년 7월 2020 수도권광역도시계획 수립(건교부)을 시작으로 2009년 3월 개발제한구역 조정가능지역 개발(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했다. 아직까지 지구지정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양주시는 이곳을 광역행정타운으로 개발하겠다며 경기교육청 제2청, 경기경찰청 제2청, 경기도 제2소방재난본부, 한전 경기북부지사 등을 비롯하여 의정부법원·검찰청을 유치하려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유치실적이 전무하다. 이에 따라 ‘속 빈 강정’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주출입국사무소, 양주경찰서, 양주지적공사 등 주요 행정기관은 이미 신청사를 지어 덕계동과 회정동, 산북동 등에 산재되어 있다.

양주시는 2007년 6월8일 경기교육청 제2청 위치선정 표결에서 1표차로 의정부 광역행정타운에 패배한 뒤 상당한 동력을 잃었다. 2007년 3월21일 임충빈 시장이 직접 나서 ‘성공의 기회 후회 없는 선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교육청, 법원, 검찰청을 방문하여 “입지여건이 좋은 양주시에 이전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임충빈 시장은 또 2008년 11월25일 ‘지방법원·검찰청 유치위원회’를 구성, 위촉장을 수여하고 토론회·학술심포지움·주민서명운동 등을 벌이기로 다짐했으나 현재로서는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같이 대대적인 유치작업을 했던 양주시는 지금에 와서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 양주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행정타운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오겠다고 해도 청사를 지을 방법이 없다”며 “지구지정이 되어야 본격적인 유치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사업시행자가 선정되어야 지구지정도 가능한데, 우리시는 할 수 없고 한국토지주택공사나 경기도시공사 등이 사업시행을 맡았으면 좋겠다”며 “그런 다음 뭐가 되도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양주시는 이외에도 행정타운이라는 말을 빼고 싶은 눈치다. 저밀도의 쾌적한 주거기능과 양주문화마을 조성 등을 통한 문화의 중심기능, 시청을 중심으로 각종 행정기관이 들어서는 유기체적 도시개발이 목적인데 ‘행정타운’이라는 명칭 때문에 행정기관 유치에만 초점이 맞춰 있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발 뒤로 빼서 소나기는 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시 관계자는 “법원·검찰청만 유치하면 그 주위에 법조타운이 조성되는 등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기관보다 법원·검찰청 유치에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아파트도 들어서고 학교도 생기고 역세권도 개발되는데 왜 행정타운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현재 양주행정타운은 시장 주요공약사업이라는 이유로 업무 총괄은 기획감사담당관실 기획조정팀이, 기관 유치는 전략사업팀이 맡고 있다. 도시계획 구상은 도시과가, 도시계획 용역 착수 등 실무는 도시개발사업단이 역할분담을 하는 등 제각각이다.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전 시민의 역량을 모아도 힘이 부족할 판인데, 지금은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전략 수립과 집요한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 구조에 직면해 있다. ‘그림의 떡’, ‘앙꼬 없는 찐빵’, ‘속 빈 강정’이 바로 양주 광역행정타운이라는 지적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주시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