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상공회의소는 비리의혹 백화점인가

무자격 회장이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
공사비 뻥튀기 의혹…형사사건 비화될듯

▲ 성실·창의·봉사. 경기북부상공회의소 입구에 세워진 표지석이 웅장하다.
경기북부상공회의소가 신축공사 대금 6억5천여만원을 갚지 못해 싯가 100억원이 넘는 양주시 삼숭동 연수원이 경매에 들어가는 이해못할 사태의 내면에는 썩을대로 썩은 각종 비리의혹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연수원 경매사태=상공회의소는 지난 2003년 12월27일 의정부시 신곡동 801-1번지 땅 585평을 37억9천여만원에 주고 샀다. 2004년 3월2일 구 상공회의소 회관을 27억3천여만에 매각한 뒤 6월12일 재진산업개발과 지하 1층, 지상 5층, 건축 연면적 1천880평 규모의 회관 신축공사를 계약했다.

지난해 6월10일 신축회관이 준공된 이후 재진산업개발은 상공회의소가 잔금 9억5천만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10월21일 약속어음을 공증받은 뒤 법원으로부터 채권압류 추심명령을 받아 12월14일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상공회의소 잔금 3억원을 빼내갔다. 이어 12월28일 연수원에 대한 경매를 법원에 신청했으나, 상공회의소측이 올 1월10일 경매정지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6일 11대 회장인 정모씨를 직무정지 시키고, 의정부 박영하 변호사를 상공회의소 회장 직무대행으로 파견했다. 박영하 직무대행은 곧바로 전문 회계법인에게 상공회의소 자산 부채 적정성 검토를 의뢰해 지난 1월13일 최종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상태다.

회장 무자격 논란=경기북부상공회의소 정관 제66조 2항에 따르면 회비납부실적 3년이 되어야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상공회의소는 2003년에 처음 임의회원으로 가입한 정모씨에게 회원자격이 없던 시점까지 회비를 소급받는 형식으로 자격을 인정한 뒤, 회원 가입 몇일만에 회장으로 선출했다. 정모씨는 당시 양주시에서 그린세계라는 영세업체를 운영한 사장이었다. 이에 대해 최근 업무를 인수받은 상공회의소 책임 관계자는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재진개발 특혜 논란=상공회의소가 부적격 업체 밀어주기 특혜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상공회의소는 회관 신축공사를 하기 위해 2004년 5월18일 지방일간지 1곳에 입찰공고를 낸 뒤 , 6월5일에는 관할 지역인 의정부, 양주, 동두천, 파주, 연천 시군청 게시판에 입찰공고를 의뢰했다. 공교롭게도 2차례 모두 재진산업개발만 단독으로 응찰해 결국 수의계약을 맺었다.

상공회의소는 조달청에 전자입찰을 의뢰하지 않은 채, 특히 50억원 이상 공사의 경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에 따라 제한경쟁입찰이 불가함에도 입찰참가 범위를 ‘회원사(지역제한)’로 규정하는 등 법을 위반했다. 재진산업개발과의 밀약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평당 공사비도 380만원이나 돼 부풀리기 의혹도 사고 있다. 공사는 내역입찰방식을 취하지 않고 총액입찰방식으로 진행돼 공사비 내역도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조달청 전자입찰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으며, 공사내역 자료도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입찰공고 때 ‘계약금은 물론 중간 정산 없이 준공 이후 회관 전세 보증금으로 공사대금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다른 업체들의 응찰을 꺼리게 한 뒤, 재진산업개발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공 6개월 이내에 대금완납’ 특약을 끼워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상공회의소 건설위원회 소속 임원이자 상임의원인 모씨가 한 때 재진산업개발의 대표이사였던 것으로도 드러나 특혜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재진개발 부적격 논란=상공회의소는 입찰공고를 내면서 ‘1년이상 회비를 납부한 회원업체’로 자격을 제한했다. 그러나 재진개발의 경우 공사계약 당시인 2004년 6월12일보다 불과 5개월전인 1월8일 1년 회비 50만원중 25만원을 납부한 신규 임의회원 업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2년 7월8일 자본금 5억원 규모로 서울에서 법인을 설립한 재진산업개발은 2003년에는 매출액이 전혀 없다고 상공회의소 가입신청서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낙찰자 심사에 관한 행정자치부 예규에 따라 시공업체 적격성 심사를 하면 불합격 업체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감사를 진행한 박영하 직무대행측의 견해다.

또한 판단자료가 없는 하도급 관리부분, 자재인력 조달부분은 100점 만점을 주었음에도 총점이 78점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95점 이상이 되어야 계약을 맺을 수 있으나 이를 무시한 것이다.

형사사건 비화될 듯=이같은 각종 비리의혹에 대해 박영하 직무대행은 “상공회의소는 상공인들의 명예의 전당이자 사회에서 존경받는 기구”라고 전제한 뒤 “현재 불거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회칙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격없는 회장과 건설업체가 위법한 절차방식으로 고가 공사계약을 했기 때문에 신축회관 계약은 사실상 무효에 해당한다”며 “이 문제는 형사사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