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날카로웠던 겨울바람이 어느새 훈풍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늘진 곳만 빼놓고는 얼음도 녹았고 양지 바른 곳에는 냉이가 파릇하게 올라옵니다. 밴쿠버에서는 연일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진료실에서 혼자 흥분도 하고 있습니다.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다보면 왼쪽 팔이 아픈데 엉뚱하게 오른쪽 다리나 팔에만 침을 놓아주고 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엉뚱한 곳에 치료를 하니 불만을 품을 수도 있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픈 쪽 팔이나 다리 허리를 만져보고 동작을 시켜보면 증상이 훨씬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침 치료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체의 어떤 곳에 병이 들었을 때 우리 몸은 균형을 잃게 되는 데, 그런 균형을 바로 잡아주면 자연회복력이 극대화되어 저절로 치료가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고 물어본다면 신경이나 근육은 분명 아닙니다. 한의학적인 생리개념인 경락관계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인체의 기운을 조정하는 경락의 흐름을 조절하여 자연치유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란 것은 평소 우리가 의식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 지 못하지만 누가 나를 빤히 쳐다보거나 뒤에 누가 다가오면 돌아보게 하는 감각, 떨어지는 물건이 닿기 전에 피할 수 있는 능력, 이런 반사신경과 관련된 기능들이 우리가 기를 사용한다는 증거이고, 의학적으로 실제로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기와 그 운용체계인 경락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믿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근육통이나 관절염 치료만이 아니라 중풍, 우울증, 감기, 수족절단환자의 환상통과 같은 증상까지도 제어할 수가 있게 됩니다. 물론 중풍과 같은 뇌신경손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증상이나 암과 같은 중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침 치료의 한계가 있습니다. 염좌 환자인데 열심히 침을 놓아도 점점 악화되기만 하는 경우는 골절이나 디스크와 같은 다른 질환이 있나 의심하고 검사를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치료방법은 인류가 침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기록이 나와 있는 2000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내경’에는 “왼쪽 경맥이 실하면 오른쪽에 병이 생긴 것이고 오른쪽 경맥이 실하면 왼쪽에 병이 생긴 것이다. 또한 오른쪽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은 왼쪽 경맥이 먼저 병든 것이고 왼쪽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은 오른쪽 경맥이 먼저 병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때에는 반드시 거자법을 써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침법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 조선시대 것으로 알려진 사암도인침법입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반대로 치료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아픈 곳을 치료해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도로에 차량사고가 나서 교통이 혼잡할 경우 일단 교통이 투입되어 교통정리를 해주면 원활하게 소통이 될 수 있겠지요. 이런 경우가 침 치료만으로 통증부위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가 크게 나서 차가 움직일 수 없을 경우에는 견인차가 동원되어 사고차량을 견인해주어야 되겠지요. 이런 것은 부항을 해서 환부의 어혈을 제거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고가 아주 크게 나서 도로가 파일 정도가 되었다면 우회도로를 임시로 만들거나 복구를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침 치료만으로 안 되고 한약도 써서 치료해야 될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져서 병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치료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고 옛 것임에도 현재에 더 빛을 발하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의 치료방법이지만 현대에도 유용하고 그 뜻이 더욱 살아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의 하나가 좌병우치우병좌치의 개념으로 치료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김창식 원장/가정한의원 031-857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