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의정부시가 순수 시비 102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12월24일 준공한 행복로(옛 중앙로) 공원화 사업이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정부시는 구도심 중심지역인 중앙로의 교통체계를 개선하고 시민 여가공간 확보와 젊음이 넘치는 거리, 항상 즐거움을 주는 쾌적하고 청결한 테마거리로 조성하여 주변 상가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5월 행복로 공사를 시작했다.

시는 길이 607m, 폭 20m, 면적 1만4천200㎡를 공원화하고 이 곳에 태조 이성계 동상, 미디어 폴, 금강송 64그루, 부부상, 산책로, 실개천, 상징조형물(밀레니엄 오벨리스크), 디지털 분수, 음악 분수, 미디어 루프 등을 설치했다.

◆공원인가 도로인가

의정부시는 행복로를 ‘명품테마거리’, ‘도심 속 공원 조성의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지만, 담당부서는 정작 행복로가 도로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의정부1동 180-11번지 행복로의 지목을 공원으로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 도로로 유지하고 있다. 도시계획상 중로 1-4호선인 도시계획도로도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도로법에서 말하는 도로란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는 도로(제2조)’이며, 도로의 종류(제8조)는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구도로 구분된다. 행복로처럼 조성된 도로의 종류는 도로법에는 없다.

다만 사람이 다니는 길(인도)도 도로라는 규정 아래, 행복로가 도로임을 강력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소방차나 구급차 등 비상차량 통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공원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도로과 관계자는 “행복로는 도로인데 왜 지목을 공원으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목변경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시과 관계자는 “과거 중로 1-4호선으로 도시계획이 결정됐기 때문에, 최초 계획 당시와 다르게 현재 일부 용도와 기능은 변경됐지만 여전히 도로의 기능이 살아있다”며 “관리부서인 도로과에서 도시계획 변경결정을 신청해야 용도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곳은 소형 차량이 사람과 함께 갓길로 다닐 수는 있게 설계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도로 기능 자체가 변경되었고, 지목을 도로에서 공원으로 바꿀 경우 건물의 건축행위 및 인허가 사항, 재산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 골목마다 주정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접근이 쉽지 않다.

◆왜 차없는 거리인가

“중앙로는 주변지역 교통체계 개선을 통한 유입인구 증가 도모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되며, 수많은 예산을 들여 수립한 ‘의정부시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을 비롯하여 각종 도시·도로·교통계획에서도 ‘통행방식 변경을 통한 소통증진 방안 모색’으로 일방통행로 지정이 제시되고 있다.

의정부 민자역사의 경우에도 2004년 8월 경기도로부터 민자역사에 대한 교통영향평가시 ‘사업지 동측 오지교차로 일방통행체계 시행’ 방안으로 중앙로-태평로-퇴계로를 일방통행으로 개선하여 차량소통 증진을 도모토록 평가되었다.”

의정부시의회 김시갑 의원이 2008년 10월22일 제178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문원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문 내용이다.

신세계 민자역사 교통영향평가는 경기도로부터 몇차례 반려됐다가 2008년 11월4일 ‘중앙로 및 주변지역 교통체계 개선안에서 검토되고 있는 일방통행 또는 차없는 거리 등의 개선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간 용역보고서가 통과됐다.

중앙로 주변지역 교통체계 개선안은 2007년 12월 최종 용역보고서에서 문화테마거리, 일방통행로, 대중교통전용몰이 대안으로 제시된 상태였다.

그러나 의정부시 도로과는 2007년 3월 문화테마거리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중앙로 개선안 용역보고서가 나온 뒤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문화거리 설계용역을 실시했다. 이어 2009년 5월 공사착공, 12월 준공하는 등 ‘유례가 없는 순수 시비 102억여원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신세계 민자역사와는 무관한 중앙로 교통체계 개선안 용역이었다”고 밝혔다. 주택과 관계자도 “중앙로 개선안은 신세계 민자역사 교통영향평가에서 극히 일부 요소”라고 말했다.

도로과 관계자는 “중앙로 교통을 개선하려는 계획이 2007년 3월 수립된 것”으로 “이를 근거로 차없는 문화거리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화재진압 가능한가

▲ 행복로 갓길 중앙에 서있는 분전반. 입구에 설치된 차량 차단기.

의정부역 교차로와 파발로터리 입구에는 도로 경계석을 낮춘 뒤 3곳에 차량 차단기를 설치했다. 차단기는 일반 차량 진입을 막는데 이용된다. 차단기를 지나 상가에 차량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관리자나 의정부시청에 연락해야 한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간도 걸린다.

특히 행복로 중앙에는 금강송이나 조형물, 산책공원 등이 조성되었고, 인도로 사용되는 곳에는 분전반이 설치되어 있다. 사람도 뒤섞여 다닌다. 이 때문에 시급을 다투는 화재진압이나 응급구조가 수월한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의정부소방서 관계자는 “행복로 설계 전부터 협의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사업 완료 뒤 민원이 우려돼 올해 1월과 2월에 소방훈련을 해봤더니 큰 지장은 없었다”며 “소방차 32대에 각각 차단기 열쇠를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사후약방문이었던 셈이다.

시 관계자는 “행복로 추진 때부터 문제가 지적됐던 사항”이라며 “그래서 차량진입이 가능하게 시공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행복로 동쪽 뒤편인 녹색거리 100여m는 아예 차량진입이 곤란하며, 나머지 골목도 주정차 차량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성계 동상 고증 안받아


의정부역 교차로 입구에는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거대한 태조 이성계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의정부시는 이 동상을 제작하면서 학술·역사학계 또는 기관으로부터 별다른 고증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로과 관계자는 “이성계 동상은 문화재가 아니라 행복로 부대시설이기 때문에 특별한 고증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며 “다만, 권위있는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근 시군 관계자들은 “물론 법적으로 고증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역사인물을 제대로 복원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충분하기 때문에 고증절차를 밟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 상가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도 포함된 행복로 조성사업. 그러나 업종변경이나 폐업하는 상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 상가와 미래 상가의 충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