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란 책을 읽었다. 내전중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다룬 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총명하고 아름다우며 적극적 성격의 여주인공 라일라는 내전중 폭격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연인과 부모와 그리고 행복했던 시절을 모두 잃고 그녀는 나이 많고 폭력적인 남자의 어린 후처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남자의 전처인 마리암 역시, 전쟁으로 인하여 갇혀 살며 아무런 기쁨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탈레반 내전으로 온 도시가 무너져 내리는 시대, 전쟁의 폭력과 가부장제의 폭력 안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두 여성이 어떻게 우정을 쌓고,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는가를 이 소설은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너무나 사실적이고 읽으면서 거의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전쟁의 묘사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한반도보다 더 기구한 역사를 견뎌온 나라이다. 소련의 침공으로 공산주의를 경험했고 그 뒤에 수많은 내전이 있었으며 탈레반의 폭압적 정치 후에 미국의 폭격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많은 가족들이 정처 없이 망명을 떠났고 정다운 집을 버려둔 채 천막과 더러운 물이 있는 난민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어제까지 딸에게 새로운 시대 독립적 여성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치던 아버지가 폭격으로 순식간에 죽고, 그 시체가 부서진 집의 잔해와 섞여있다. 겨우 열여섯살의 소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오로지 생존만을 위하여 인격을 포기한다. 전쟁은 아이들에게 유년기를 빼앗고 탈레반 정권하에서 어린아이들은 총을 가지고 놀며, 폭력을 배우고 대물림한다. 밤이면 펑 펑 하고 폭격소리가 들리고, 아침이면 이웃집이 무너져내려있다. 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무단검열과 폭력을 자행하며 법과 질서는 사라진다.

아프가니스탄은 아직도 그 전쟁의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아직도 너무나 빈곤하고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은 짓밟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쟁 후 그토록 비참하였지만, 지금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또한, 나와 나의 후손을 위하여 너무나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에 태어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태어난 국가에 의하여 얼마나 좌우되는지, 전쟁을 겪게 되면 삶이 어떻게 파괴되어지는지 이 책은 너무나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인 할레드 호세이니는 실제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으로 미국망명자이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에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결말부분에 아프가니스탄에도 결국 평화가 찾아오고 라일라는 고국을 다시 찾아 고국을 위하여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우리나라의 과거에도 라일라처럼 고국을 위해 헌신하고 더 나은 세상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 계셨다. 그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누리는 오늘의 하루하루가 그 분들에겐 얼마나 귀중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이었을지, 나의 유년기와 젊은 시절이 전쟁으로 얼룩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은 얼마나 귀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