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명문가’라는 생소한 단어와 내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군방송에서 퇴직 후, 민원업무와 관련하여 옛 고향인 전남 진도군 임회면사무소를 방문, 우연히 공지사항 게시판의 공고문을 보고 병무청을 찾아가 병역명문가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병역은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이행해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3대가 현역 복무를 마친 것은 우리 가문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삶의 일부이지 ‘명문가’라 칭하는 것은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식 고향인 진도군에 들러보면 주변에서 병역명문가로 선정된 우리가문에 대하여 모두들 부러워하고 또한 우리가문만이 유일하게 3대남자 모두가 현역 복무를 명예롭게 군 복무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 하늘에서 내려주신 우리 가문의 더 없는 영광이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나의 부친은 나라를 빼앗긴 슬픔과 굴욕을 몸소 체험하고 해방과 동시에 군에 자원 입대하여 사단 직할 지원부대인 야전공병으로 복무하면서, 6․25 직후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그 시절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힘든 군 생활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그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내 가족, 내 나라 지키는 것을 소명으로 육군 준사관으로 36년을 복무하고 정년 퇴임하였고, 3대인 아들과 조카들은 각각 육군사관학교 차량운전병, 장갑차 기보대대 지휘관 근무병, 상비사단 교육대 신병 양성 조교병 등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여 명예로운 군 생활을 하였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병역명문가로 처음 병무청과 맺은 인연으로 현재는 경기북부병무지청의 병역판정 옴부즈만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 병역판정 옴부즈만의 주 활동사항으로는 징병검사장에서 이루어지는 징병검사 전 과정을 직접 참관하면서 신체등위 판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이다.

얼마전 잊을 수 없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질병사유로 병역이 면제되었으나 현역병으로 입영하고자 질병을 치료하고 난 후 재 신체검사를 받아 현역판정을 받고 부모님과 얼싸안고 너무나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던 광경을..................

너도 나도 돈만 있으면... 권력만 있으면... 병역이라는 무거운 짐을 피하려고 하는데, 병역의무의 숭고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이 땅에서 진정한 젊음이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 아직도 잠자고 있는 병역명문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라사랑의 숨은 애국심, 병역명문가 3대의 명예로운 군 복무 시절이 재평가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병역명문가가 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끝으로 병역명문가로서의 무한한 자긍심과 명예를 선사해 준 병무청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