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가 무심하게 들리는 무더운 8월 여름. 현충원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던 내가 외할아버지의 흔적을 찾게 되면서부터 나는 호국영령의 자손이 되었다.

무심히 잊고 지내던 8월의 흔적들이 상자 속 옛 물건들을 꺼내보듯이 어머니로부터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고 조각난 파편들을 매워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어딘가에서 외로이 숨을 거두셨을 어머니의 가슴 한편에 한으로 남으셨을 얼굴도 모르는 외할아버지의 그리움이 현충원의 푸른 뜰 안에 숨쉬고 있는듯했다.

어머니의 어린시절 그 속에 아버지란 존재는 자신과 어머니의 옆을 지키지 못한 야속한 분 이셨다고 한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어린 어머니에게는 칼날이 되어 가슴을 도려냈으리라.

아버지가 안 계신 어머니의 유년시절은 내가 상상 할 수 없는 어머니만의  굴레 속에서 마음의 아픔을 겪었을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짐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어머니의 그 야속함은 아버지를 찾고자하는 희망으로 희망은 현실로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찾을 수 있었다. 사진 속 아버지보다 곱절은 더 먹은 나이의 딸, 나의 어머니, 이제는 주름진 웃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하고 있다. 야속함이나 원망은 주름 속에 감추고서 세월이 사람을 유하게 만든다지 않는가?

그분과 나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나는 국가보훈처 공무원이 되었고 매년 호국보훈의 행사 때 마다 잊지 않고 그분을 뵈러 갈 수 있었다. 이름 세 글자 돌에 새기는 것이 전부이지만 어머니의 빈 가슴을 채울 수 있었던 내 어머니와 나와 형제들의 끈을 찾을 수 있었던 우리 가족에게는 그 무언가 이상이었음을 말이다.

이제 나도 결혼을 하고 한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직은 한걸음을 겨우 내딛는 내 아이에게 나의 그리고 조국의 한 부분으로 호국영령이 되신 그분을 찾아뵐 수 있음이 행복할 따름이다. 곧 현충원의 뜰 안을 뛰놀, 그리고 언젠가는 청년이 될 내 아이에게 8월이 그저 더운 여름이 아닌 호국이란 두 글자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8월의 현충원은 그렇게 내 가슴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청량한 여름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