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잘 있었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사무적인 민원전화 중에 가끔 낯익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물어보시는 아주머님. 지난번에 사무실 들렀을 때 보니 말랐다면서 많이 좀 먹고 살 좀 찌라고 애정 어린 잔소리도 잊지 않으신다.

아주머님의 남편은 경찰로 재직 중 1967년 10월에 나라에 크게 한해(寒害)가 들었을 때 지역주민 지원 업무에 투입되어 몇날 며칠을 음용수 배부와 질서유지 작업을 수행하던 중 과로로 쓰러져 순직하셨다. 그런데 불행히도 어머님을 포함한 가족들은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국가보훈처의 보상혜택을 모르셨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혼자되어 어린 아이들과 고생만 하시다가 최근에야 순직군경유족 제도를 알고 5년 전인 2005년에서야 의정부보훈지청에 등록 신청을 하게 되셨고 국가보훈처에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하여 순직군경유족으로 결정하였다.

대통령 명의의 국가유공자증서를 받으시는 순간 어머니는 그 동안의 세월이 너무나 안타깝고 서러워 눈물을 주르륵 흘리셨고,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셨다.

이후 의정부보훈지청에서는 아주머님의 어려운 생계와 자녀 중 신부전으로 1급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의료급여증을 지자체에 협조하여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올 봄에는 생활안정을 위해 양주시의 LH공사 임대아파트를 알선해드렸다.

2005년도의 인연으로 아주머님은 때가 되면 안부전화를 주시고 전화기에서 들리는 내목소리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면 딸처럼 걱정해주신다. 때론 외출 길에 들러서 안부 인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아주머님을 뵐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것이 있다. ‘국가보훈처의 사업들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다면 혼자서 자녀분을 키우면서 생계를 유지하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과 함께 혹시라도 이분과 같이 국가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계신 유공자분이 계시다면 국가보훈처 공무원으로서 하루빨리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헛되이 쓰겠냐며 보상금을 꼬박꼬박 저축하시며 더욱 열심히 사시겠다는 아주머님. 이분들을 볼 때면 보훈이 왜 대한민국의 미래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