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흐름 뺏어오기 게임이다. 누가 정치주도권을 잡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지에 따라 정치흐름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2007년 2월 여의도 정가의 핵심 쟁점은 범 여권 정계개편을 둘러싼 논란이다. 논란의 중심은 지난 6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23명의 의원들이다.

이들의 행보는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언론과 여야 정당, 청와대의 평가도 관심을 모으는 대상이다. 집단탈당파를 향한 주변의 시선은 한결 같이 냉소적이다. 언론과 여야 정당, 청와대까지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집단탈당파, 한나라 2중대 논란

▲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김한길 의원. ⓒ류정민 기자

7일과 8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쟁점은 '한나라당 2중대' 논란이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7일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PD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2중대'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들은 이병완 실장이 탈당파를 한나라당 2중대로 비유했다고 보도했고 청와대는 그런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정계개편의 방향은 집단탈당파의 인식과는 차이가 적지 않다.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있어 청와대와 집단탈당파의 간극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집단탈당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양형일 의원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 한나라당 2중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이런 표현은 청와대가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왜 떠났는지 이해 못하는 안목으로 비서실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 현주소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경원 "합의이혼, 사기치려고 작심"

집단탈당파의 청와대 '정면비판'은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집단탈당파가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자신들을 향한 의혹의 시선을 불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집단탈당 자체를 '기획된 행보'로 인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혼을 하는 마당에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고 재혼을 약속하는 것이나, 재결합을 하기로 약속하고 합의이혼을 한 것은 사기를 치려고 작심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8일자 4면 <2003년과 2007년…쪼개진 집권당의 두 얼굴>이라는 기사에서 "탈당파들은 명분 축적을 위한 시도도 하지 않고 '기획' 1주일 만에 탈당을 결행했다. 그래서 '대선판도를 흔들기 위한 위장탈당' '잠시 헤어지는 위장이혼' '짜고 치는 탈당 아니냐'는 비판적 성격 규정들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편"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한나라당 측면지원

한나라당은 언론의 측면지원을 바탕으로 집단탈당파를 향해 공격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 집단탈당파에 대한 여론의 냉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한편 향후 정치국면을 자신들의 구상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8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 자리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 탈당의원들이 몸만 빠져나왔는지, 마음과 생각도 바뀌었는지를 보여줄 때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학법 재개정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탈당의원들이 탈당전과 똑같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 경직된 자세로 임한다면 탈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학법은 이제 고쳐야 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꽃 놀이패', 집단탈당파 비판의 노림수

집단탈당파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의견에 동참한다면 정치적 실리를 얻게 되는 것이고 동참하지 않는다면 '기획된 행보'라는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현재의 국면은 '꽃놀이 패'인 셈이다.

집단탈당파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관심은 집단탈당파의 정책적 정체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 보수성향이 강한 인물들이 집단탈당파에 합류했다는 점도 이들의 '정체성'에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양형일 의원은 "정체성을 설명한다면 중도적 성격이지 보수적인 성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단탈당파가 주요 쟁점 현안에 있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에 따라 정체성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의원이 7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것도 관심가는 대목이다.

집단탈당파 "개헌 취지와 진정성 인정…국력소모 우려"

고비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탈당파 의원들의 워크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탈당파 의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워크숍을 통해 정책적 노선에 대한 방향과 정계개편에 대한 실천 방안들을 다각도로 논의할 계획이다.

양 의원은 "개헌의 취지와 진정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개헌 발의에 따르는 절차를 둘러싸고 야기되는 국력 소모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말 워크숍에서 정리하겠다. 기다려 달라"며 "우리가 (여당에 있으면서) 참여했던 정책들은 존중하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국회 주변에서 언론에서 아직도 23명의 탈당 이 문제에 대한 진정성과 정당성을 이해하시지 못하고 시비를 거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서민 중산층 위주의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뤄 진실로 국민에게 보다 나은 내일 약속드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미디어오늘과 기사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