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시달리다 보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고 지나는 일이 다반사다. 오랜만에 달력을 보는데 순국선열의 날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오는 11월17일은 제71주년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 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39년 11월21일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이 결의하여 11월17일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제정하고 기념행사를 해오다가 광복 후 6·25전쟁 등으로 소홀하였던 것을 광복회를 비롯한 애국 단체가 주관하여 민·관 합동으로 그 맥을 이어온 것이 오늘날 ‘순국선열의 날’의 유래이다.

하지만 해마다 돌아오는 이 날을 기억하는 이가 적어 참으로 쓸쓸한 날 이기도 하다. 일제에 의해 국권을 침탈당한 후 1945년 8월14일까지 50년간 우리의 선열들은 의병투쟁, 3·1운동, 문화투쟁, 외교투쟁 등의 항일 독립운동을 국내외에서 쉼 없이 전개하였고, 그러한 독립운동 과정에서 옥사·피살 등 순국한 독립유공자는 그 수가 무려 3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에 산재해 있는 자료발굴의 한계와 남․북 이념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정부로부터 독립운동가 포상을 받은 분은 1만 여명에 불과하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유공자 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해외독립운동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름 없는 선열들을 찾아 높은 뜻을 후세에 기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보훈제도를 알지 못하여 가난과 지병으로 어렵게 생을 이어가는 생존애국지사가 어딘가 계실까 하여 마음이 안타깝다.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목숨 바쳐 독립을 이루어낸 순국선열들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는 G20의장국으로서 선진국의 위용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잠시 여유를  갖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누리게 해주신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