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안정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놓고 권고안을 채택하는 정도의 임시회의체에서 재정정책 공조, 금융규제 문제까지 구속력을 갖는 정상회의로 격상된 G20이 지난 12일 ‘서울선언’을 끝으로 폐막했다.

이러한 G20 정상회의를 의장국이 되어 유치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우리의 선택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강요에 의한 왜곡된 질서를 감수해왔다. 자주적 근대화의 출발점인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로 편입돼 국가의 주권을 상실하고 독자적 근대국가로의 발전 기회를 잃어 버렸다. 고종의 밀명으로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갔던 이준 열사가 회의장에 입장하지도 못하고 분사하는 민족적 치욕의 고통을 경험했다. 세계열강들의 반대로 입장조차 할 수 없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하늘에 계신 이준 열사께서도 이번 G20 정상회의를 참으로 뿌듯하게 지켜보셨을 것이다.

또한 1945년 일제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6.25 한국전쟁과 남북한 분단체제의 고착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주변부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 국제사회의 중심 무대인 유엔(UN)에도 지난 1991년에야 비로소 남북한 동시 가입 방식을 통해 가입하는 등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이 짜놓은 세계질서에 진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가깝게는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조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유치는 무엇보다 한국이 세계경제의 변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린 숨쉴 틈 없이 너무 미래만 보고 달려왔다. 미래를 향해 달린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초석에는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 자주독립을 위해 싸우신 과거의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11월17일 순국선열의 날, 그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