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서른 한 살입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인생의 쾌락이라는 것을 대강 맛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영원한 쾌락을 맛보기 위해 독립 사업에 몸을 바칠 목적으로 상해에 왔습니다.”

이봉창 의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는 없다. 국사책에도 “1932년 일왕 살해 시도”라고 표시되어 있으며 그 자세한 설명이 누락되어 있어 대다수 교양과목으로 국사를 공부했다면 그에 대하여 이름 외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웅으로 칭송되는 다른 위인들과 달리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를 일제의 심장인 수도에서 일왕거사 계획을 결심하게 했는가.

이봉창 의사는 가난한 노동자로서, 그 시대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그러한 삶에서 그가 솔직하게 고백하기를, 조선인으로 차별받는 데에 고뇌를 느끼고 신일본인(新日本人)으로 살아가고자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기노시타 쇼조’ 라는 일본이름 까지 얻었고, 일본을 떠돌아다니며 일본인의 대화, 몸짓을 습득했다. 그러던 중 일왕 히로히토의 행렬을 구경하러 갔다가 수색을 받았는데 친구가 보내준 편지에 한글이 쓰여 있다는 점으로 9일 동안 구금을 당했다고 한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그 동안 조선인으로서 수많은 차별을 당했지만 그는 구금되어 있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로 이때부터 이봉창 의사는 신일본인의 허구성과 자신의 삶에 진지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상해에서 김구 선생과 조우하게 되는데 김구 선생은 그 당시 그의 비범함을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나는 적성(赤誠)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여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어 적국의 괴수를 도륙하기로 맹세하나이다.”

이봉창 의사는 한인애국단에 가입하여 위와 같은 맹세를 하며 일왕 거사를 준비하게 된다. 거사 전 김구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양손에 폭탄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어느 다른 위인들처럼 입을 굳게 다문 엄숙한 표정이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비장한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안다.

비록 일왕을 눈앞에 두고도 이봉창 의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가 아니다. 첫째, 대내적인 측면에서 한인애국단의 1호 단원으로서 한인애국단의 결성에 결정적이었으며, 침체되어 있는 임시정부를 다시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대외적인 측면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쿄의 경시청과 일왕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렇게 그의 죽음은 그 당시 항일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중국의 언론조차 불행부중(不幸不中)이라 하면서 안타까워했다고 전한다. 폭탄을 천왕에게 던졌지만 이루지 못했다는 뜻인데, 이 때문인지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에 의해 한 단계 낮은 평가인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아 두 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그의 시도가 실패였다고 해도 결코 낮게 평가된다고 볼 수 없다. 그의 이름은 우리 역사에 용기 있는 의사 중 하나로 영원히 기억에 남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바이며 이봉창의사의 숭고한 살신성인 정신을 다른 의사들과 못지않게 높이 추앙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