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여당의원, 정부 맹비난
환경복구비용 수조원 투입될 듯

지난 14일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미군기지 반환 협상이 타결되자 ‘굴욕·졸속’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정성호·우원식·최재천 국회의원이 23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협상은 미국의 요구사항만 수용한 일방적  결과”라며 ▲국회 차원의 조사 ▲미군기지 오염실태에 대한 사실관계 공개 ▲협상 담당자 책임추궁을 촉구했다.▶관련기사 3면

이들은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한 29개 미군기지 중 이번에 반환되는 기지가 15곳인데 동두천 님블을 비롯한 13곳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이고, 8곳은 지하수까지 오염됐다”며 “협상 또한 그나마 미흡하다는 SOFA 규정도 무시한 채 미측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 때문에 오염처리에 드는 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고, 특히 향후 반환예정기지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이 준비한 자료를 살펴보면 15개 반환기지 외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오염됐다고 알려진 의정부 카일 등 4곳은 반환 합의도 하기 전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한국측이 열쇠를 넘겨 받았다. 이미 반환 합의된 15개 기지중 환경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도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에 이어 경기북부지역 미군기지문제해결 범시민대책위도 21일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범대위는 “15일 한-미간 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이라는 최소한의 환경복구 기준마저 거부한 주한미군과 미국의 일방적 계획을 그대로 수용한 우리 정부의 굴욕적 협상”이라며 “주한미군이 주둔한 이래 지금까지 각종 미군범죄 피해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건만 기름과 화약이 범벅된 미군기지를 떠안으며 이제는 ‘미군의 환경범죄 피해자’가 되었다”고 맹비난했다.

범대위는 이어 “5천억원 이상의 환경복구비용이 국민들의 몫으로 넘겨졌고, 지금과 같은 굴욕적 협상이 계속된다면 59개 전체 주한미군기지의 환경복구비용에 수조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 뻔하다”며 미군기지 반환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