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에 접어든 밭이라면 푸른 잎사귀가 뒤덮인 모습을 연상하지만, 양주시 백석읍 복지리 이남용(52) 영농회장의 밭은 새하얗다. 농사를 망친 게 아니다. 하얀 부직포가 밭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 밑에서는 무, 감자, 당근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 회장의 부직포 밭은 4천여평. 수확을 마친 밭까지 포함하면 6천여평 규모다.

“부직포가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농약 사용이 80% 감소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투자 이상의 이득은 셀 수 없습니다.”

부직포를 깔면 제초제가 필요 없다. 제초제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두말할 필요 없다. 비닐은 비가 오면 하류로 물을 흘려보내지만 부직포는 물을 저장하고 해충도 막아준다. 거기다 부직포는 한번 심고 나면 손 댈 일이 별로 없어 밭 6천여평을 혼자서도 가꿀 수 있다. 재활용도 가능하다. 올해는 9종을 심어 8종(마늘, 당근, 감자, 무, 배추, 콩, 오이, 고추)이 성공했다.

이 회장은 올해 7월 영농회원들과 임충빈 시장, 농협 관계자 및 부직포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가한 가운데 시연회를 열었다.

“널리 퍼뜨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품목을 더 경험하고 공부한 것을 영농회와 작목반 등에게 전파하여 우리 농산물이 외국 농산물과 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남용 회장은 자신의 대표 작물로 마늘을 손꼽는다.

“마늘 농사는 풀·물과 싸워 이겨야 해요. 마늘은 6월말 하지가 한창 수확기입니다. 풀을 뽑으면서 한편으로는 수확해야 합니다.”

양주에서 키우기 힘들다는 마늘을 대량으로 훌륭히 키워낸 이 회장은 각종 효능이 입증된 마늘을 특산물로 홍보하고 가공하여 건강식품으로 내놓을 꿈에 부풀어 있다.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우리가 쓰는 농약에 대해 알게 되었죠. 농약을 많이 쓰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어요. 농사짓는 사람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