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반환미군기지 부지매입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 정부는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고지원을 법안 원안인 60~80%로 하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토지의 원소유자 및 상속인에 대해서는 토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 주택이 철거되는 경우에는 주택을 우선 분양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군공여지특별법 시행령은 9월4일 공포를 목표로 행정자치부가 주관하여 추진됐으나, 이달 18일 기획예산처가 “지자체가 반환공여지를 공공용지로 조성키 위해 매입할 때 경비를 보조한 입법례가 없다”며 “최저보조율 20% 이내로 적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25일 행자부, 국방부, 건교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 실국장 회의에서도 반환공여지 매입비 국고지원 비율을 기획예산처 의견대로 30~50%까지 하향 조정하기로 합의해 13개 지자체를 포함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됐다. 

특히 전국 반환공여지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경기북부의 의정부시, 동두천시, 파주시는 “국고지원 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부지매입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늘어나 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정성호 국회의원(양주·동두천)은 국고지원 하향조정에 대해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점 ▲일본, 독일 등 주요 외국의 경우 공공 목적에 사용되는 반환공여지는 지방정부에 무상양여하고 있는 점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전액 국가 부담으로 추진된 반면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타 지자체에게 유상 매각하겠다는 주장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 ▲지방재정력이 열악한 해당 지역의 현실 등을 지적하며 기획예산처 의견의 부당성을 반박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대통령에게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특별법 시행령 원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강성종 국회의원(의정부을)도 문희상 국회의원(의정부갑)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건설교통부 당정회의에 참석해 지원비율 문제를 제기했으며, 기획예산처 장관을 만나 국고지원 비율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6대 국회의원 재직시절, 처음으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문희상 의원도 해당부처와 지속적이고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29일 국무회의 때 특별법 시행령이 원안대로 통과되는데 노력했다. 그는 “16대와 17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의정부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되었고, 앞으로도 주한미군 공여지 개발을 끝까지 책임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9일 정부의 국고지원 비율 상향조정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각 지자체와 시민단체 대표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국고지원 비율을 높여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관계부처에 “잘 협의해 달라”고 당부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공장 유치 쉬워지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해

●미군특별법 시행령 뜯어보니

29일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반환미군기지 주변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경기, 부산 등 13개 시·도, 65개 시·군·구, 326개 읍·면·동을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으로 지정하고 앞으로 이곳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도로·하천·공원 등 공공시설용 부지 매입경비의 60~80%를 지원한다. 또 첨단업종 61개에 대해 500㎡ 이상의 공장 신·증설을 제한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하지 않고 평택지역과 동일한 특례를 인정키로 했다.

법인세·소득세·취득세·재산세와 토지임대료가 감면되고, 공장 신축자금 등이 지원되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요건이 투자금 3천만불 이상에서 1천만불 이상으로 완화된다. 엔지니어링사업, 부가통신업, 정보처리 및 컴퓨터운영 관련업, 휴양콘도미니엄사업 등은 5백만불 이상으로 정해 외자유치가 한층 유리해졌다.

아울러 건교부장관이 신도시 개념의 지원도시사업구역을 반환공여지가 위치한 지자체와 인접한 지자체에 100만㎡ 이상으로 지정·개발할 수 있고, 인구집중유발시설로 수도권에 제한되는 학교 이전이나 증설이 허용된다.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및 예방대책을 위해 시행령에서는 3년마다 환경기초조사를 추진해 1단계는 시장·군수·구청장이, 2단계는 환경부장관이 실시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준 보조율이 20%까지 증액 지원돼 지방비 부담을 줄이고, 대상 지역에서 고용안정 사업을 우선 실시해 지역주민을 고용토록 하는 등 미군재배치로 인한 지역 공동화와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편, 정부는 시·도지사가 주민소득증대를 위한 생산기반시설과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근로자 및 사업자에 대한 전직·전업지원 등과 관련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면 각 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발전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연차적으로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