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12년 7월 9일
□ 장소: 국회 정론관

■ 새누리당의 ‘재벌해체’ 호들갑에 엄중 경고한다

새누리당이 슬슬 ‘경제 민주화 흉내내기’에 싫증을 느끼는가 보다.

오늘 민주당 이해찬 대표께서 취임 1개월에 즈음하여 발표한 경제민주화 9대 법안에 대해 ‘대기업 때리기’라고 규정하며, 급기야 친재벌 본색을 드러냈다. 재벌과 한 몸인 새누리당이기에 놀랄만도 하겠지만, 오해 없기 바란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부연 설명한 대로,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법안은 오히려 우리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시장경제의 질서를 확립하는 개혁법안이다. 이를 재벌해체로 호도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시장과 기업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혼란을 일으키는 반시장적·반기업적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정경유착 관행과 선거자금 차떼기 유혹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 양극화 심화로 이미 민생경제가 깊은 충격에 빠져있는데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할 의지가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포퓰리즘 공세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겠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발표한 설익은 영유아 무상보육의 결과가 지금 어떤가. 지방재정은 고갈 위기에 허덕이는데, 정부와 집권여당은 대안도 없이 책임 떠넘기기나 벌이고 있다. 민주당처럼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그저 ‘보편적 복지 따라하기’에 급급한 새누리당이야말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당의 전형이다.

■ 박근혜 의원은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난다. 그러나 보수인 새누리당의 날개가 ‘박근혜 사당화’ 속에 병들어가고 있다.

최근 이재오, 김문수 등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의 당내 민주화투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과거 박정희 유신독재시절의 민주화투쟁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내일(10일), 박근혜 의원이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언론들은 ‘박근혜 추대경선’으로 평가절하하고 있고, 국민들은 소통거부 이명박 불통정부의 판박이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독재적인 당 운영 밑에서 모두들 침묵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국민과 새누리당을 대신해 박근혜 의원께 묻겠다.

첫째, 박근혜 의원의 ‘역사관’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 당시 박근혜 의원은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고 “유신체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 헌정사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 온 국민들의 피로 얼룩진 역사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5.16을 혁명이라고 기술한 뉴라이트 교과서단체 대표 박효종 교수를 대선캠프의 정치발전위원으로 앉혔다. 유신시절 고문과 투옥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더욱이 최근 한일군사정보협정 사태에서도 내내 침묵을 지키다가 절차와 과정에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 그쳤다. 집권여당을 사실상 장악한 대선후보로서, 무책임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민심과 동떨어진 역사의식의 빈곤은 결국 친일행적 논란이 있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욕보이는 일이다. 누가 봐도 역사 퇴행적이지 않은가.

둘째, 박근혜 의원의 ‘국가관’은 헌법정신과 일치하는가.

박근혜 의원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을 통해 공적인 국가권력을 개인의 입맛대로 행사하는, 소위 ‘권력의 인격화’를 추구해온 인물이다. 최근 새누리당의 ‘박근혜 사당화’를 보면 개인과 정당, 나아가 국가까지 권력자와 동일시하는 의회주의의 소멸상태가 심히 우려되는 지경이다.

특히 정수장학회는 유신독재가 강탈한 장물임에도 불구하고 청산은커녕 세습을 합리화하고, 언론자유를 외치는 MBC 파업도 단순 노사문제로 치부해버렸다. 무엇보다 헌정파괴행위인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것은 4.19혁명에 대한 부정이며, 이는 4.19민주이념의 계승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 입법부 수장까지 배출해낸 박근혜 의원의 자문그룹 ‘7인회’는 하나같이 ‘유신의 DNA를 공유하며 5공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사람들뿐이다. 국민 앞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박근혜 의원의 ‘경제관’은 MB노믹스 위장용인가.

민생을 파탄내고 나라경제를 망친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이 바로 박근혜 의원의 ‘줄푸세’ 공약이었다. 결국 5년 내내 부자들 세금은 줄여주고, 재벌규제는 풀어서 특혜주고, 법질서 세운다며 국민기본권만 탄압했다.

그동안 대국민 사과는커녕 통렬한 반성의 말 한마디 없더니, 느닷없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의 폐기를 주장한, 전경련 상근부회장 출신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을 선대위 정책위원으로 발탁한 것이다. 진정성도 의심되거니와,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더구나 맞춤형 복지라며 총선용으로 밀어붙인 0~2세 무상보육도 지방재정 고갈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과연 ‘신뢰의 정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넷째, 박근혜 의원의 ‘통일관’은 상황논리 수준 아닌가.

새누리당 집권 내내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한반도 위기는 심화되었다. 6자회담은 표류했고, 균형외교는 실종됐다. 박근혜 의원은 경선 룰에 불만을 표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2002년 방북하여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미래연합 위원장 신분일 때는 대북포용정책을 시사하더니, 오히려 한나라당에 재입당하고 정치력이 커진 뒤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어떤 노력도 안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정책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적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통일정책 대신, 입맛에 맞는 종북논쟁에나 편승하며 국회의원 제명을 운운하고 있다.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은 헌법적 과제이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은 헌법이 명한 대통령의 의무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박근혜 의원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대선출마선언 장소로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심지어 55세 이상 중진의원은 5.5미터 떨어져 있으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당내 의원들한테도 저렇게 선택적·편의적 소통을 하는데, 소외받는 노인 등 일반 국민들한테는 어떨까 질식감마저 느껴진다. 더구나 타임스퀘어는 주변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서민의 꿈이 짓밟힌 곳이다.

국민이 바라는 나라는 박근혜 의원 자신의 ‘대통령 꿈이 이루어지는 친박왕조’가 아니라, ‘우리국민 모두의 소박한 꿈이 존중되는 나라’일 것이다. 이상의 질의에 대한 답변은 ‘국민과 함께 꿈꾸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2012년 7월9일
민주당 대변인 정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