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에서 40년 가까이를 살아온 나는 어릴 적부터 미군들이 훈련하는 모습과 많은 전투장비 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당시 군인으로서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는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에게 전쟁이 나면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시기도 하였다. 어렸을 때는 알아듣지도 못할 나름의 영어로 그들을 놀려대고 도망치곤 하였다. 그리고 내 덩치가 점점 커져가면서는 괜한 호기가 생겨 그들의 떡 벌어진 어깨에 부딪쳐 힘으로 눌러보고도 싶었고 괜한 시비를 걸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철이 많이도 없었나 보다.
초여름의 강한 햇볕이 무르익어가던 지난 7월6일 의정부보훈지청에서는 '정전 및 UN군참전 60주년 기념 한미동맹 걷기'행사를 동두천 소요산 기슭에서 가졌다. 한국과 미국의 장병들 그리고 청소년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2사단에 감사패를 증정하고 인근의 호국현충시설을 둘러보며 DMZ 안보체험 행사도 함께 하였다. 잘 못하는 영어이지만 그 행사에 참석한 미군들과 대화를 해보려고 애써 보았다. 그 자리에서 만난 미군들은 어릴 적에도 그리고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지금조차도 동네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주쳐 왔던 그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들의 어깨에 넘쳐보이던 자신감은 단순히 커다란 덩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곳에 와있고 결국 그것이 세계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한 믿음이 그들의 어깨를 더욱 단단해 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7월27일은 정전 60주년이자 UN군참전 60주년이기도 하다. 범정부적으로 홍보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를 잘 모르고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의정부보훈지청에서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그 행사에 참여했던 미군들과 페이스북을 통하여 친구가 되었는데 예상 외로 이들이 그 날을 알고 있었다. 미국은 작년과 올해를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하기까지 하였단다. 다행히도 7월27일 국회에서는 정전협정일인 이 날을 UN군참전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률을 통과하였으며 국가보훈처에서는 참전국에 진심어린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각국 대표를 한국에 초대하는 등 범국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보훈처에서 UN참전용사와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재방한 행사를 수차례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각 국가를 상대로 한 국제적인 행사로 개최된다. 이는 기회이다. 도리의 측면에서는 감사의 표현에 인색한 우리 국민들이 그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그리고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년 전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보훈처에서 UN참전용사를 초청하였을 때 그들이 흘리던 눈물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결코 우리에게 보답 차원의 값비싼 선물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다는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이 담긴 편지글 한 장에 젊은 날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60년 전 이름도 모르는 낯선 땅에 와서 죽음을 불사하고 싸운 UN참전용사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형제라는 이름으로 동맹을 맺고 군인을 파견하는 미국이라는 나라... 모두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표현이란 시기를 놓치면 아무 쓸 데가 없다. 그 당시의 젊은 용사들은 이미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국민들의 동참과 성원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