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적 변화와 탈산업화 및 세계화로 대표되는 거시 사회적인 요인들의 작용으로 인해서 복지국가가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기존의 복지국가연구들이 예견하는 대로 케인즈주의 복지국가가 멀지 않은 장래에 종말을 고하거나 급속하게 쇠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복지국가의 미래는 궁극적으로는 복지정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기존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회세력들이 강력하게 존재하는 한 복지수준의 급격한 하락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회세력들은 복지수준의 급격한 저항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대한다. 이들의 반대는 선거와 이익집단활동, 사회적 타협 및 직접적인 정치투쟁을 통해 표출된다. 특별한 국가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투표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반대에 직면하여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급속한 복지삭감정책을 추진할 정치세력은 그다지 없을 것이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연구들의 예상과는 달리 기존 복지국가의 급속한 쇠퇴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복지국가 변화의 또 다른 측면인 복지국가의 기능재구성에 대해서는 복지국가의 지지세력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부문축소를 통한 공공부문 ‘효율화’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종사자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다른 구성원들(노동자, 농민 등)의 소극적 내지는 적극적 지지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며, 그러한 기능재구성에 대해서 복지국가 지지세력들이 더욱 호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기능재구성은 거시 사회적인 변화들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복지국가의 지지세력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복지국가는 새로운 복지욕구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구조변화를 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복지국가의 기능재구성이 진행됨에 따라서 케인즈주의 복지국가가 종말을 고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연구문제이다. 공공부문축소를 통한 ‘효율화’가 케인즈주의 복지국가의 구성원리를 어느 정도나 훼손하고 있는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복지국가의 ‘효율화’와 케인즈주의 복지국가간의 관련성이 어떻든지 간에, ‘효율화’에 따른 복지국가의 구조변화는 장기적인 차원의 것이고, 이런 점에서 케인즈주의 복지국가의 쇠퇴와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국가보훈처의 정책방향도 복지국가의 기능재구성과 변화의 맥을 같이 할 것이다. 국가의 존립과 존속에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가 국가의 필연적인 상징정책으로써의 당위성을 가지기에 복지국가의 존속과 보훈행정과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 양립관계에 있는 것이다.

다만, 복지국가가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기능변화에 따라 새로운 영역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복지보상에 대한 정교한 선별(Screening)을 통한 역선택을 방지하며 보상 혜택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는 통제 매카니즘이 강화되듯이 보훈행정도 변화하는 정치경제 현상에 맞게 변화되고 있다.

유공자의 고령화 현상 등에 따라 재가 복지서비스 및 방문서비스, 이동보훈팀(Bovis) 운영 등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유공자 등록과정상의 엄정한 선별시스템과 과오불에 대한 반환 청구 등을 통하여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려는 맥락도 복지국가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현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지국가는 쇠퇴하지 않으며 단지 기능재구성에 따라 효율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과 더불어 우리 보훈행정도 복지수혜서비스의 효율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즉 좀더 국민과 친근한 행정과 고객만족의 서비스를 제공키 위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