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따듯한 마음으로 가족 또는 이웃의 행복을 비는 글이었습니다. 처음 실시하는 손편지 쓰기 공모여서인지 문학적 역량을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만 대화의 진실성, 편지의 형식 등 편지글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1등 정재훈 우수상 ▲2등 김한진 차상 ▲3등 신희석 차하
정재훈씨는 아내에게, 김한진씨는 어머니께 드리는 글로 받는 이를 향한 마음의 따듯함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정상국씨의 편지도 선정대상으로 삼았으나 공모작이라는 점과 신문에 게재될 글이라는 점 때문에 손편지의 분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교적 긴 글로 성의를 보인 것은 신희석씨의 편지였습니다.
그러나 편지를 읽는 대상의 연령이나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과 편지쓰기의 형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3등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편지의 형식 문제는 김한진씨의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손편지 쓰기는 쓰는 이와 받는 이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증폭시켜서 따듯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도 하고, 글쓰는 행복감에 젖어 더 나은 문학적 글쓰기를 추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편지쓰기 공모에 응해주신 여러분들의 따듯한 마음이 그대로 가족과 이웃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와 같은 행사를 주관한 분들에게도 사랑의 인사말을 올립니다./심사위원 김예태
사랑하는 성희에게
정재훈(우수상/의정부소방서)
좀 쑥스럽네…. 연예할 때는 편지도 많이 했었는데 벌써 15년이 흘렀고 자기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
날씨도 쌀쌀한데 김장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 사무실에서 손편지를 쓸 일이 생겨서 사실 승호한테 쓸까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한테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15년만에 편지를 다시 써보고… 감회가 새롭네.
훌쩍 시간이 가버린 것도 같지만 우리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치? 둘이 만나서 다섯 식구가 되었고, 작지만 우리집도 생겼고 현주, 종우 결혼했고 작년엔 아버지 돌아가셨고 큰 일들이 많았네. 또 그 사이 난 술배가 늘었고 자기는 목소리가 커진 것 같아.
난 가끔 생각이 들어, 우리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갈 때 말이야. 어찌보면 힘든 연예였지만 참 낭만적이었던 것 같아. 전화랑 편지도 많이 주고 받았지. 몇~시간 버스 타고 내려가서 잠깐 얼굴 보고 막차로 올라오고 자기 사무실에서 일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옛날 생각하니 그때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살아나는 것 같은데? 살다보니 삶에 찌들어 지낸 적이 많은 것 같아 너무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살면서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고, 애들과 함께 강원도 펜션에도 다녀오고, 자주는 못갔지만 부곡 갈 때면 여행 다녀오는 느낌으로 즐거웠잖아? 나만 그랬나? 내년에 차 사면 애들 데리고 부곡부터 다녀오자. ㅎㅎㅎ
멀리 시집 와서 친정집에도 잘 못가고 나 때문에 고생이 많지? 요즘엔 자기 일 때문에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내가 차차 도와줄게. 대신 자기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일했으면 좋겠어.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 보기 좋지만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더 즐겁게 일 할수 있을거야. 자기가 늘 옆에 있다가 없으니깐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다하네.
자기 힘든거 신경쓰면서 풀고 그러는거 아는데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는거 같아서 많이 미안하다. 힘들어도 애들 보고 위로를 삼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살자. 아! 그리고 지난번에 서울 형님네 가자고 한거 자기만 시간 내면 나 비번날 한 번 다녀오자. 나 혼자 가기는 좀 그렇고 새벽 근무시간에 오늘처럼 특별하게 근무한 날은 처음인 것 같네.
그 사이 구급차는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들어왔어. 내일은(아니지 오늘 오전엔) 건강검진 결과 설명 들으러 원자력병원에 다녀올거야. 별 탈은 없겠지 뭐. 이제 근무시간도 끝나가네. 화재 없는 조용한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모레 월급날이니깐 다 같이 저녁외식 하자. 자 이제 이만 줄일게. 간만에 편지 쓰려니 쑥스럽네…. 마무리도 그렇고 암튼 잘 살자!
2013. 11.19 새벽에 신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