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박격포 사격장을 이윤수 대책위원장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비에 젖은 훈련장은 냉전구호처럼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4월1일, 양주시 광적면 비암리 마을은 비와 먹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비에 젖어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는 마치 20여년간 포사격과 전차 훈련에 시달려 온 주민들 모습 같았다.

육군 1군단은 현재 3개지역(무건리지구·비암리지구·노야산지구)으로 분리되어 있는 훈련장을 하나로 연결하여 통합설치·운영하려는 권역화훈련장 계획을 추진중이다.

지난달 30일 육군은 훈련장 증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들고 비암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자 했으나 비암리 주민들이 이에 반발해 상여시위를 벌이는 등 설명회를 무산시켰다.

육군의 권역화훈련장은 96년부터 계획이 수립되었으며, 비암리지구에 공병종합훈련장, 무건리지구에 화생방종합훈련장을 추가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비암리 및 노야산지구에는 현재 군 훈련시설 300여만평이 들어서 있다.

 비암1리 대책위원장인 이윤수 이장은 말했다.

“군을 위해 지금까지 불편해도 참고 살아왔는데 훈련장이 비집고 더 들어온다고 하니 참을 수 있겠습니까?”

굳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형 기갑차량들이 마을 주변을 오가는 위험은 말할 것도 없다. 소음과 진동,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쓰며 비암1리 주민들은 참고 살아야했다.

“고개 바로 뒤의 박격포 훈련장에서는 산 너머로 포탄을 쏘아댑니다. 전차도 포사격훈련을 하고요. 포를 쏘면 집이 울립니다. 분위기도 이런데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으니 땅값이고 발전이고 있겠습니까? 비암리는 양주시에서 가장 오지로 불립니다. 개발에 대한 희망도 없고요.”

주민들의 항의에 전차의 도로 기동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군에서도 대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완전할 수는 없다.

“작년 12월까지 계획이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환경영향평가서를 들고 나와 주민설명회를 갖겠다니 말이 됩니까. 주민 동의 없이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잡은 것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일단 국방부로 의견서를 보냈습니다. 수용 안하겠다는 국방부장관의 약속을 기다립니다.”

현재 비암리 개발위원회는 ‘추가훈련장 반대 대책위원회’로 바뀌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윤수 위원장은 주변의 관심을 청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그리고 저까지 3대를 살아온 땅입니다. 고향 땅에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습니다. 국가는 국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군의 존재는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그러나 특정 지역 주민들만이 그 가치를 위해 희생당하고 있다면 국민의 평등의 원칙이 지켜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차와 장갑차들로 뭉개져 시뻘건 진흙이 펼쳐진 비암리 전차훈련장 위에 빗발과 먹구름이 거세지고 있었다. 흐르는 빗물은 가슴이 파헤쳐진 땅과 수십년 고통을 참고 살아야 했던 주민들의 피눈물처럼 보였다.

육군 1군단 종합훈련장은?

육군 1군단의 종합훈련장 사업은 1980년 대대종합훈련장 설치, 1986년 3월 연대전투단 훈련장 설치, 1990년 8월 제병협동훈련장 설치 후 몇몇 소규모 훈련장 폐쇄와 3개 지역(무건리지구·비암리지구·노야산지구)으로 분리되어 있는 훈련장을 훈련 편의를 목적으로 하나로 통합 확장하기 위한 계획이다.

1996년 2월 권역화훈련장 계획이 수립 추진되었고 2005년 10월20일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가 완료되었다.

이 사업은 양주시, 파주시 일대에 공병종합훈련장과 화생방종합훈련장을 추가 설치하려는 것으로 공병종합훈련장은 비암리지구를 관통하는 지방도 315호선을 따라 도로낙석, 고가낙석, 단애, 용치 등의 시설물을, 화생방종합훈련장은 무건리지구내 지방도 350호선 도로변에 경보대 등을 설치한다.

양주·파주시에 있는 총 3천448만㎡ 사업지구 중 현재 훈련장 부지인 2천324만㎡를 제외한 약 1천124만㎡ 지역이 수용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주민들은 “그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피해를 입어왔는데 이제는 완전히 쫓아내겠다는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