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차량 미행 조직·계획·불법적 ‘싹쓸이’
절도행위보다 무거운 반사회적 범죄행위
이범석 한나라당 양주시장 후보측 적발돼



<4월27일 저녁 10시50분경 이범석 후보 친형이 삼숭동 자이아파트 단지를 돌며 신문을 불법 수거하는 장면.(왼쪽)><5월4일 오후 6시45분경 검정 렉스턴 차량을 타고 다니던 50대 후반의 남성이 삼숭동 자이아파트 단지에서 신문을 수거하는 현장.(오른쪽)



<5월11일 오후 6시43분경 검정 오피러스 승용차를 타고 온 30대 후반의 남성이 자이아파트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본지를 훔쳐가고 있다.(왼쪽)><5월11일 저녁 8시경 백석읍 동화아파트 단지를 돌며 신문을 수거하던 40대 중반 남성이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오른쪽)>

<5월11일 저녁 8시경 백석읍 동화아파트 단지를 돌며 신문을 수거하던 50대 초반 남성이 거칠 것 없이 신문을 훔치고 있다.(왼쪽)><5월12일 백석읍 동화부동산에 잔뜩 쌓여있는 본지. 부동산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오른쪽)>

<5월12일 백석읍 동화부동산 내방객 상담테이블에 비치된 후보자들의 명함. 선관위는 “선거법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범석 한나라당 양주시장 후보측이 본지가 문제를 제기한 ‘4개월짜리 월세 이사 및 위장전입 논란’ 기사에 불만을 품고, 사실상 배포차량을 미행하며 조직·계획·불법적으로 신문을 ‘싹쓸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이를 절도행위보다 무거운 반사회적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단순히 신문을 수거했다는 행위보다 주민과 독자들의 생명과도 같은 알권리를 박탈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4월27일자 신문의 경우 본지 배포팀이 양주시 삼숭동 자이아파트 단지에는 저녁 7시30분부터 8시30분 사이에 배포했다. 맨 마지막에 배포된 3단지는 8시30분경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 본지가 3단지 CCTV를 확인한 결과, 운동복 차림의 이범석 후보 친형이 10시30분~50분 사이에 각 동별 라인 입구를 돌아다니며 직접 신문을 수거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4월27일자 신문에는 “이범석 후보가 선거를 코 앞에 둔 3월16일 양주로 이사오면서 10년 넘게 살던 의정부 신곡동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았고, 이사온 양주 삼숭동 자이아파트는 고작 4개월짜리 월세에 불과하다”며 “특히 3월14일 가족 모두 양주시로 전입신고를 했음에도, 의정부 아파트에는 가족 일부가 거주하고 있어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의정부에 사는 이범석 후보 친형 등이 양주로 찾아와 자신들의 문제를 보도한 본지를 불법수거하는 등 주민 알권리를 ‘도둑질’ 한 것으로 보인다.

5월4일자와 11일자는 미리 본지 배포차량을 뒤쫓아다닌 듯 신문이 배포된지 20~50분만에 모두 수거됐다. 삼숭동 자이아파트에는 4일자의 경우 검정 렉스턴 차량을 타고 다니던 50대 초반의 남성이, 11일자의 경우 검정 오피러스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30대 후반의 남성이 단지를 돌며 신문을 모두 가져갔다. 백석읍 동화아파트에서도 50대 초반의 남성과 40대 중반의 남성이 신문을 싹쓸이했다.

이 50대 초반 남성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백석읍 동화부동산에는 12일 본지가 수십부 버려져 있었으며, 이범석 후보와 양주시의원 출마자인 정창범 후보의 명함이 불법적으로 비치돼 있었다.

이는 본지가 일부 지역만 확인한 사실로, 경찰이 양주시 전역에 걸쳐 신문 불법수거 현황을 파악하다보면 의외로 제3, 제4의 핵심인물들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행위가 포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자에는 “이범석 후보가 의정부에 살던 집과 양주로 전입해온 집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하는 등 위장전입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 후보로서의 우선적 도리”라고 지적했다. 11일자에는 이범석 후보와 함께 위장전입 논란을 일으킨 박영하 열린우리당 의정부시장 후보가 기자들에게 의정부 집을 공개해 위장전입 의혹을 불식시켰으나, 이범석 후보는 ‘묵묵부답’이라는 기사 등이 실렸다.

이같은 내용 외에도 신문에는 이번 5.31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의 출사표와 공약 등을 다룬 인터뷰 기사, 양주상운 파업사태 등 사회고발성 기사, 각종 문화·미담 기사 등이 실려 있어, 독자들의 소중한 알권리를 맹목적으로 훔쳐간 이범석 후보측의 도덕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재팀과 CCTV를 함께 분석한 한 아파트 주민은 “말도 안되는 정신나간 짓들”이라고 범행자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특별취재팀

“신문 수거는 절도”

김재련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5월15일자 기고에서 “무료신문의 경우에도 아직 일반인에게 제공되기 이전의 단계에서는 기사와 광고 등이 담겨있어 그 경제적 이용가치가 포함돼 있다”며 “ 일반인이 구독하기 전에 폐지로 판매할 목적으로 수거해 간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변호사는 또 “우리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훔친 자를 절도죄로 처벌하고 있다”며 “대법원은 폐지로 소각될 처지에 있는 서류라 하더라도 서류에 담긴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경제생활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면 재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이범석 후보측은 폐지를 판매할 목적으로 본지를 수거한 것도 아니어서, 본지는 경찰 수사가 진척되는 대로 이후보측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