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김문원 시장 비서실장·경기경찰 꼬드겨
예산심사 의원 술집 불러내 로비·압박

의정부시의회 허환 의원이 의장 시절 때 태영(주)으로부터 금신지하차도 예산통과 로비자금을 받아 이중 일부를 2003년 6월 의회 호주여행 경비로 썼다는 의혹을 경찰이 수사할 예정인 가운데, 태영이 김문원 의정부시장 비서실장 이충선씨와 경찰 등을 동원해 의원들을 집중 로비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의정부시의회 A의원은 “이충선 비서실장이 2004년 6월1일 B의원을 시내 한도볼링장 앞 술집으로 불러 ‘금신지하차도 추경예산 100억원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자리에는 당시 태영 현장소장이던 최영진씨와 경기경찰청 최모 경위가 동석했다”고 밝혀, 태영이 의정부시청 핵심부는 물론 경찰까지 꼬드겨 금신지하차도 예산통과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의원은 이충선 비서실장과 중고등학교 동창이어서 태영이 인맥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 로비 술자리에 경찰을 동석시킨 점은 사실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B의원은 “이충선 실장이 개인적으로 만나자고 해서 밤 10시경 술집에 갔더니, 조금 있다가 이실장, 태영 최소장, 경기경찰청 최경위가 함께 들어왔다. 최소장은 이 자리에서 ‘금신지하차도 공사가 끝날 때쯤이면 정년퇴직을 한다.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며 “어이가 없어 ‘시민들에게 불명예스럽다’고 말하고 그냥 나와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실장, 최소장, 경기경찰은 술자리 전에 미리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의 술자리 로비 다음날인 2004년 6월2일은 금신지하차도 사업비 100억원 등이 상정된 2004년 의정부시 추경예산을 최종 심사하는 의정부시의회 제131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소집된 날이다. 이날 B의원이 참여한 의회 예결특위는 금신지하차도가 불필요한 사업이라며 예산 100억원 전액을 부결시켰다.

이와 관련 올해 2월13일 김문원 시장 선거준비를 위해 퇴직한 이충선 전 비서실장은 “최소장한테 그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딱 한번 만났다”며 “시의회에서 예산심사를 한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부탁한 것 같은데, 나는 그날 이후 만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 1월 태영 본사 상무로 승진한 당시 소장 최영진씨는 “이실장과는 얼굴만 알 정도지, 나머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잡아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