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태 시인(문예샘터 자문위원)이 최근 시집 <빈집 구경>을 발간(도서출판 파루)하고 “독자와의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빈집 구경>은 김예태 시인이 걸어온 시 작업의 일종의 갈무리다. 시인은 시집 끝에 쓴 ‘나의 시 쓰기-하이퍼시를 중심으로’에서 이렇게 말한다.

“2009년 <시류> 동인에 합류한 뒤 디지털 탈관념 하이퍼와 같은 낯선 단어들을 만나 방황하던 때…묵은 시들을 버릴 수도 없고 새로운 방향의 시를 덥석 물지도 못하던 그 밤의 갈등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중략) 이제 시집 한 권을 묶으려니 그동안 써온 시의 걸음걸이가 참 많이도 다르다. 관념적 즉물적 기호적 주지적 하이퍼적…. 문득 탈관념과 디지털의 기반 위에 있는 하이퍼시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를 정리하지 않고는 시집을 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빈집 구경>에서 시 제목의 가나다 순서에 맞춰 제1부 ㄱ~ㅁ까지, 제2부 ㅂ~O까지, 제3부 O~ㅎ까지 61편을 구분하고 ‘목젖에 박힌 몇 개의 가시 이파리/정표를 안고 떠난다’.

그렇다면 시인이 ‘정표를 안고 떠나는’ 하이퍼시란 무엇일까.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상상한 이미지를 결합하는 것, 시인은 이미지의 편집자가 되어 객관적이면서도 다각도로 확산되는 이미지를 다양한 시점에서 말하는 것”이다.

바다를 향해 걷던 카라반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사이/시가지가 되어버린 땅에서는// 늘 젖은 몸으로 사는 여자// 쏟아지는 빛을 사금파리로 바숴놓고/해종일/스스로 깨버린 빛에 살을 베이고 있다// 해모수가 나를 버렸다고요/잘려나간 유화의 입이 허공에서 바람으로 떠도는 동안// 방패를 든 자라들이/호면에 금을 그어 수평을 맞추고 있다(‘호수’ 전문)

시인은 이처럼 현실과 상상의 이미지들로만 결합하면서 한국 현대시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시 쓰기 방법인 단선구조(하나의 이야기)를 다선구조로 변화시키는 작업에 몰입해왔다.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한 시인은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현대시인협회, 시문학아카데미, 하이퍼시클럽, 달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 초등논리 논술교재 <같은 시작 다른 끝> 등 25권을 저술했다. 수필집으로는 <문을 연 아가씨와 문을 닫은 아저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