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은 자신의 문학평론집 <순오지>에서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賊反荷杖以比理屈者反自陵轢)”이라고 풀이했다. 직역하자면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이다.
우리말 속담도 여럿 있다. 자기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을 낸다는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오히려 남을 나무란다는 뜻의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남의 은혜를 갚기는커녕 도리어 배신한다는 뜻의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 등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잘난 언행에 대하여 의심해서 소동(騷動)할 때 이르는 말인 ‘달보고 짖는 개’도 있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 ‘제 눈의 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 티만 보인다’는 말도 있다.
5.31지방선거를 맞아 의정부시 열린우리당은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문원 의정부시장과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구린 냄새가 모락모락 나는 금신지하차도 등 소위 ‘협잡’한 사업이 많다며, 이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부 열린우리당 시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돼 조금은 낯뜨거운 공략이 아닐 수 없다. 김성수 한나라당 양주·동두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본지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 했다. “후보자들이 자발적으로 당원연수비용을 충당했고, 당원연수비와 관련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그의 주장과 수많은 후보자들의 상반된 증언,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