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강조했다. 역사란 과거 사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 사이에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해석의 교환이라는 뜻이다. 민족주의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란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정의했다.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사실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에 따라, 누구의 입장에서 기록되느냐에 따라 역사 내용은 현저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로 측량을 명분으로 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행위가 최근 도를 넘고 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세계를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한국명(동해) 해저지명 등재를 일단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독도는 완전한 주권회복의 상징”이라며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사의 어두운 향수로부터 과감히 털고 일어서야 한다”는 요지의 ‘한-일관계에 관한 특별담화문’을 25일 발표했다. 좀더 일찍 ‘조용한 외교’를 벗어던지고 ‘강한 외교’를 천명했어야 하나,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역사를 포기한 지 오래다. 각종 공무원 시험이나 대입시험에서 역사과목은 폐지되거나 선택사항이 됐다. 지난해 2월25일 실시된 외무·행정고시 1차 필기시험에서 국사는 ‘마지막 시험과목’이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일본 대사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으로 독도는 명백한 일본 땅”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지방정부’로 편입할 때 우리는 흥분만 하고 있었다. 역사를 버리니 나라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 참에 우리는 “대마도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역사를 보면, 세종대왕은 남해안에 상륙하여 백성들을 괴롭히던 왜구들을 소탕하기 위해 1419년 6월19일 삼군 체찰사 이종무 장군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대마도를 정벌하고 대마도 도주 도도웅와(都都熊瓦)의 항복을 받아냈다. 병조판서 조말생은 ‘대마도는 조선땅이며 경상도의 계림(鷄林)에 속한다’는 서찰을 대마도 도주에게 전했다. 1949년 1월8일 이승만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마도 영유권을 주장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도 있겠다. 역지사지다. 역사를 바로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