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올림픽 부대는 동원사단으로서, 상비사단의 1/5 수준의 병력으로 동원훈련과 부대 증편시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장병들이 1인 4～5역을 해내야 하며, 임무를 완수하려면 더욱 강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부대원간 단결이 요구된다.

우리 포병대대역시 마찬가지다. 대대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나는 체력과 정신력, 단결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심을 하였다. 고심끝에 장병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부대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기(國技)인 ‘태권도’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부대원들에게 태권도를 권장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삼국시대부터 태권도로 심신 단련을 꾀하고 강인한 체력과 굳은 의지로 자신감을 키움으로써 상무의 기풍을 유지해오지 않았는가?

대대장이 태권도 수련을 강조하였지만 처음 한 두 달은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일이 부하들을 만나 설득하고 교육하고, 태권도 연습 여건을 보장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전투체육, 자유 시간에는 틈나는 대로 나를 비롯하여 포대장, 군수장교 등 간부들도 도복을 입고 병사들과 함께 품세와 겨루기를 연마하였으며, 이 수련은 혹한의 겨울에도 한여름 땡볕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대대장 부임 초 대대원 중 30%에 불과하던 태권도 유단자가 지금은 갓 전입온 신병 두 명을 제외하고는 100%가 유단자로 거듭났다.

전 대대원이 유단자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개개 장병은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갖추고, 어떠한 임무도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며, 이는 전역 후 사회 진출에 있어서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부대 차원에서도 각종 훈련과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일궈내고, 서로 ‘격려하고 존중하는 기풍’이 넘쳐 부대가 더욱 화합 단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전역을 얼마 남겨 두지 않는 부하가(병장 신동진) 드디어 유단자가 되었을 때, 눈시울을 붉히며 뿌듯해 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운동 신경이 아주 둔한(그야말로 몸치) 신 병장은 후임병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임이 되겠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정적으로 연습하였지만 매번 실패하다 결국 4전 5기 끝에 목표를 쟁취하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 대대원 모두는 국가가 인정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태권도 유단자로서 자긍심으로 충일되어 있으며,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동원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군인은 결국 전투력으로 말한다’고.

그렇다. 우리는 오직 전투력으로 말하기에,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오늘도 태권도의 기합소리는 우렁차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