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국회법 개정은 삼권분립 위배 아닌 삼권분립 공고히 하는 것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가 사실상 무력화되어 왔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호 의원(양주·동두천,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18대 국회) 작년 8월까지 국회가 국회법 제98조의2에 의거 정부에 시행령에 대한 시정통보를 한 152건 중, 정부가 그 처리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지난 5.29 개정된 구 국회법 98조의2를 상시로 위반해왔다.

정성호 의원이 지난해 국회 사무처를 통해 18개 상임위를 전수 조사한 결과, 2008년부터 2014년 8월까지 국회가 정부에 시행령을 고치라고 통보한 건수는 152건이다. 정부는 이 중 112건만 처리계획을 보고했고, 나머지 36건은 처리계획조차 제출하지 않고 묵살했다.

또한, 정부가 처리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개정전)국회법 98조2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의 시정통보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6년간 152건의 시정통보와 관련해 단 한 번도 결과보고를 하지 않았다.
국회의 시정통보를 받은 시행령 중 상당수는 수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계획만 세우고 고치지 않은 것도 있고, 국회의 시정통보 자체를 수용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일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010년 국토교통부가 도심 과밀부담금 감면대상에 연구소나 금융업소를 포함하도록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고치자 과밀을 막자는 법률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14.8 당시 국토부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시행령도 고쳐지지 않았다. 원양어선발전법 시행령에는 원양어선의 ‘톤수와 길이, 너비, 깊이’ 등 핵심 정보가 ‘경미한 사항’으로 분류돼 허가 없이 신고만 해도 되는 상황이 2년간 유지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2012년 원양어선의 핵심 정보를 ‘경미 사항’으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시정 통보했지만, 2014.8월 현재까지 고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은 행정입법에 대한 강력한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1996년 연방심사법(Congressional Review Act)을 제정해 의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거부 결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상?하원의 합동 거부 결의가 있으면 행정입법 폐기까지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 영국도 ‘거부의결절차(negative resolution procedure)’를 통해 의회에 제출된 행정입법의 효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작년 10월 정성호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회 행정입법 시정 요구권 부여 관련)통보 권한을 강화하여, 행정기관의 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상임위원회가 행정입법 검토 결과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의결을 통해 행정 기관의 장에게 시정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의은 “정부가 지난 6년간 국회에 시행령 시정결과보고를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5.29 국회법 개정안은 삼권분립 위배가 아닌 오히려 그동안 국회 입법권을 침해해왔던 위헌적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성호 의원은 지난 5월29일 법률에 명시적 위임 없이 대통령령에서 자동차의 운행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 관리법'과, 현행법의 범위를 넘어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자격취득과 관련한 별도의 의무를 부과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 총 5건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