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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의 곧은소리] 경계해야될 ‘오만’
언론인/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
  2007-12-27 12:47:18 입력

역사는 과거사가 아닌 ‘당대인(當代人)들의 현재’가 투영된 문헌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쓴 ‘과거’인 것이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에 가장 큰 나라는 통념과 달리 고구려가 아닌 백제였다. 백제가 망했을 때인 풍왕(豊王) 3년(663년) 백제의 호구수(戶口數)는 76만호(戶)였다.(신 구당서). 그러나 고구려가 망한 보장왕(寶藏王) 27년(668년) 고구려는 69만호였다(<구당서>엔 69만7천호). 하지만 신라의 호구규모에 관해서는 중국의 사서(史書)에도 기록이 없다.

당시 신라는 아직도 왕권이 호구수를 직접 파악할 만큼 성숙하지 못해 백제, 고구려와 달리 통계자료가 없었을 것으로 필자는 추론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역사교과서와는 달리 백제가 고구려보다 인구가 10% 정도 큰 나라였고, 그만큼 경제규모나 군사력도 3국중 가장 큰 나라였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삼국시대 이전인 청동기시대 이 땅의 인구는 어떻게 분포돼 있었을까? 그 단서는 청동기시대 유적인 고인돌 무덤의 분포로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무덤은 그 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남긴 유적이기 때문이다.

8년 전인 1999년 서울대 박물관이 엮은 연구보고에 의하면 남북한을 통틀어 고인돌 무덤은 3만기(基)가까운 2만9천520기에 이르고 있다. 이중 북한에 있는 것은 10% 선인 3천100기로 집계됐다.

‘대운하 건설’ 밀어붙일 기세

가장 밀집돼 있는 지역은 남한의 전남으로 64.4%인 1만9천기이고, 경북이 9.5%인 2천800기, 전북이 5.6%인 1천660기, 경남이 4.2%인 1천240기였다. 이러한 고인돌 무덤의 분포상태는 청동기시대에 이 땅의 인구가 한반도의 서남단에 가장 큰 밀집집단을 이루고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또 낙동강, 금강, 한강, 대동강 등 큰 강이 이룬 평야지대에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분포는 남북한을 통틀어 국토의 75%가 산악으로 이루어지고, 동북쪽 내지 동쪽 산맥으로부터 흘러내린 물이 서쪽 내지 서남쪽에 평야를 형성하고 있는 지리적 특징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골격으로 이루어진 땅에서 ‘반만년’을 살아왔다.

이명박 당선자가 그동안 주장해온 ‘대운하 건설’을 내년초 새정부 출범 후 밀어붙일 작정인 것 같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운하 건설을 위한 특별팀(태스크포스)을 설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인수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에 대운하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한겨레 12월22일자).

이 보도에 의하면 당선자측의 핵심관계자가 대운하 건설을 “이명박 당선자의 대표 공약”으로 지목했다한다. 그동안 대운하 건설론에 대해서는 환경문제가 제기됐고,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반대론이 제기됐었다. 특히 국토의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여건에 비추어 볼 때 내륙운하는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책논쟁 없는 선거, 이제 검증을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논쟁 검증은 당연히 대통령 선거 때 이루어졌어야될 문제였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전이 ‘보수우파 대 친북좌파’로 각색되면서 정책논쟁이 실종됐었다. 그래서 대운하의 논쟁 검증은 이제부터 해야될 일로 넘어왔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집권집단의 정치적 오만을 경계해야될 보기 드문 상황이 됐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표하게 될 다음 정부는 이 나라의 기득권 집단과 언론권력이 유착해서 구성된 거대 권력복합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당선자측은 ‘대운하 건설’이라는 박정희식 프로젝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저런 움직임으로 볼 때 우리는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 서있다는 긴장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특검을 포기하라고 노무현 정부를 윽박지르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정말 이명박 당선자가 깨끗하다면 “특검의 조사를 받겠다”고 나서는 게 상식에 맞는 태도다.

큰 안목으로 말해서 청동기시대 이래 이 땅은 오늘날과 비슷한 인구분포를 토대로 문화와 역사를 이룩해 왔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 ‘3천리 강산’이 마치 그 자신의 ‘사유지’인 것처럼 국민적 검증 동의 없이 대운하를 뚫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계해야될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의 안위(安危)뿐만 아니라, 정치권력이 저지를 수 있는 ‘오만’과 ‘독단’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미처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국토를 사유화하려는 듯한 기세로 휘두르는 박정희식 개발공세에 이 나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예감하게 된다.

언론인/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07-12-27 12:47:18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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