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장애인학교 예술동아리 지원>

다가오는 12월 3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2007년부터 200만 장애인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우리사회는 다름에 대한 낯섦과 장애에 대한 선입견 앞에 장애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소통과 공감으로 장애인과 세상의 연결고리가 된 경기도립예술단의 예술 나눔을 주목하자.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비장애인의 차가운 시선은 무엇보다도 높은 장벽. 이 장벽 앞에서 예술은 장애인들이 세상에 다가가는 용기와 희망을 선물한다. 나아가 장애와 더불어 사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예술 나눔을 통해 깨닫게 한다.

소리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사람들의 눈이 되어준 경기도립극단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책 프로젝트>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는 경기도립극단의 생생한 무대가 소리책으로 제작되어 오는 12월 시각장애인과 설레는 네 번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도립극단은 올해로 3년째 이시원의 희곡 ‘녹차정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리어왕’등 여섯 작품이 오디오북을 통해 25만 시각장애인들을 만나왔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문화를 통한 나눔 및 소통을 고민해온 도립극단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온 사회공헌 사업이다. 책 속에 담긴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들과 감성의 풍요를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시작됐다.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과 독서활성화가 취약한 상황에서 도립극단이 제작한 소리책은 103개소 시각장애인도서관 및 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학교 등에 배포되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연기경력 30년 이상 된 관록의 배우부터 열정과 패기의 젊은 배우에 이르기까지 도립극단 26명의 단원들의 생생한 연기에 책 속 문자가 활력을 얻었다. 등장인물에 생동감이 입혀지고 시각장애인의 이해를 돕는 내레이션과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음향이 더해져 소리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이들에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오디오북은 책을 읽고 싶어도 점자를 몰라 책읽기를 포기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좋은 벗”이라며 “도립극단의 소리책은 한편의 라디오 드라마를 보는듯한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시각장애인의 상상을 이끌어 내고 교감하기에 항상 기대된다”고 밝혔다.

도립극단의 이 프로젝트는 책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2015 예술경영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인증 받았다.

도립극단의 4번째 소리책‘로미오와 줄리엣’녹음은 11월 25일(수)과 26일(목)에 진행되며 12월 중순에 배포될 예정이다.  

장애학생들과 세상의 징검다리 된 경기필 <장애인학교 예술동아리 지원>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40분 용인강남장애인학교 복도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더블베이스, 색소폰의 어설프지만 한 음 한 음 정성이 담긴 음악이 울려 퍼진다. 2013년 7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용인강남장애인학교에 바이올린 4대, 비올라 2대, 첼로 2대, 더블베이스 1대를 기증한 인연으로 시작된 발달장애 혹은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경기필 단원들의 1:1 음악수업 때문이다.

올해는 12명의 학생들이 6명의 경기필 단원들과 함께‘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연습이 한창이다. 학생들 중 처음 악기를 접한 아이들은 악보를 보지 못하기에 곡 전체를 외우는데 6개월, 현악기와 목관악기 화음을 맞춰보는데 또 반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한 곡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여 남짓, 이 기간 장애학생들은 음악을 통해 자기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간다. 2013년부터 두 번의 해가 바뀌는 동안 학교 발표회와 음악경연대회를 거치면서 학생들의 주눅이 든 목소리에 힘이 붙으며 스스로를 긍정하는 자신감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마음까지 배웠다. 그렇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경험한다.

경기필의 예술동아리 지원 첫 해, 한 시간 남짓 되는 수업시간 동안 장애 학생들 특유의 돌발행동과 짧은 집중력에 경기필 단원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학생과 경기필 단원, 학생과 악기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음악의 속성에 따라 학생들은 엄마 아빠와 같이 자신들에게 온 신경을 집중해준 경기필 단원들에게 마음을 열었고, 경기필 단원들 또한 음악에 순수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에 반해 어느덧 3년 이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이 시간 동안 쌓여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는 서로의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긍정의 에너지가 되었다. 

3년간 꾸준히 학생들을 지도해온 이요한(클라리넷) 단원은 “소리치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눈 맞춤이 가능해지고 집중력이 생기는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끼지만 더욱 큰 변화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음악이 주는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학생들을 통해 내 삶의 감사가 더 커진 것”이라고 전했다.